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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의 중심에 벽난로가 있다
2004년 11월 24일 (수) 10:43:00 |   지면 발행 ( 2004년 11월호 - 전체 보기 )



특집 | 전원 속 따듯한 겨울나기

전원주택의 중심에 벽난로가 있다

초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어느새 앞마당의 나뭇가지마다 눈꽃을 피웠다. 벽난롯가에 모여 앉아 바람결에 간간이 흩날리는 눈꽃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느라 밤 깊은 줄도 모른다. 벽난로에 장작을 때면서부터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앞을 마냥 지키던 아이들까지 모여 앉았다. 전원 속 겨울은 벽난로가 있어 따듯하고 화목하기만 하다. 이처럼 벽난로는 난방 기능 말고 특별한 뭔가가 있다. 이를 금세기 최대 건축가 르-꼬르뷔제는 "가정의 중심에는 주부가 있고, 주택의 중심에는 벽난로가 있다"는 말로 표현했다.

우리나라 주거 공간 중심이 방에서 거실로 옮겨오면서 벽난로는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전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겨울철엔 집안에서 단조롭게 머무는 시간이 많은데 벽난로가 있어 훈훈할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한결 화사해졌다"고 한다. 요즘 선보이는 벽난로는 난방에다 인테리어 효과까지 겸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겨울이 긴 편인데, 유가(油價)가 연일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것을 보면, 보조난방기구인 벽난로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불꽃을 위하여

벽난로는 취향에 따라 '매립형'과 '노출형'을 선택하는데, 각기 장단점이 있다. 매립형 벽난로는 연기가 빠져나가는 연도(煙道)를 벽돌이나 자연석, 대리석, 회반죽 등으로 치장한 것이다. 노출형보다 난로 자체 가격이 낮고 인테리어 효과와 분위기 때문에 많이 선호하는 편이다. 반면 벽 속에 매립돼 있어 열효율이 떨어지고 외부 치장이 필요하므로 재료비와 시공비가 많이 든다. 매립형 벽난로는 업체별로 열효율을 높이려고 치열한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다.
노출형 벽난로는 대리석이나 자갈 등이 깔린 거실 바닥 위에 그대로 노출되도록 시공하므로 열효율이 높다. 자체 가격은 매립형보다 높지만, 설치가 용이해 실제 비용은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밖으로 노출되는 만큼 최근 여러 업체에서 인테리어 효과를 높인 제품을 내놓는 추세다.
재질로 보면 '주물 벽난로'가 있는데, 초기 벽난로의 열효율을 높이려고 주물판 8∼10장을 열에 강한 흑연을 충진해 조립한 것이다. 주물 특유의 자연스런 무늬와 함께 고전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철제 벽난로'는 균일한 품질의 철판을 가공해 만든 것으로 열효율이 높다.
요즘은 벽난로는 디자인과 안전성은 기본이고, 좁은 면적에 설치 가능한 슬림형 모델과 극히 심플한 디자인의 치장재를 선호하는 편이다. 업계에서는 여기에 덧붙여 아름다운 불꽃과 버너 타임(벽난로 화구 밀폐시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며 실내에 발산하는 시간), 친환경적인 연소 방식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난방과 장식을 동시에

벽난로를 고를 땐 전원주택의 유형, 특히 거실 분위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원주택을 신축할 땐 설계에 반영해야 하고, 기존 주택이라면 벽난로 전문업체 설계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거실 내 벽난로 위치를 잘 파악해야 한다. 동선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벽난로의 복사열이 집 전체에 고루 퍼지는 위치여야 한다. 그리고 외부 풍경과 벽난로 화실의 불꽃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위치면 금상첨화다.
구입시 화실로 유입·유출되는 공기량을 조절, 발열량과 버너타임을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는가를 판단한다. 대부분은 세라믹 글라스 도어를 장착해 화구를 밀폐하는 구조다. 그래야만 버너타임이 길어져 열효율이 높고, 장작이 오래 타며 남은 재도 적다.
역풍은 열효율을 떨어뜨리는데, 대개 벽난로의 구조에서 결정된다. 역풍 방지 기능을 갖춘 벽난로는 연통 연결구에서 화실 속을 봤을 때 불이 타는 곳이 보이지 않고, 세라믹 글라스도어가 부착돼 있다. 세라믹 글라스는 측면에서 보면 요철(凹凸)이 있으며 두께는 약 3밀리미터로 엷은 브라운 색을 띈다.

안전한 벽난로 시공

벽난로 연통의 표면 온도는 약 500∼600도까지 상승하므로 반드시 2중 구조의 세라믹 단열재가 충진된 연통이 안전하다. 연통이 목재 벽체나 천장을 통과할 땐 16센티미터 이상의 안전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벽난로는 고온을 발산하므로 단열재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암면이나 유리섬유를 발열 부분에 직접 단열하면 화재 위험 및 분진이나 가스의 발생으로 건강에 좋지 않다. 벽난로 단열재는 인체에 무해하고 초고온에서도 변하지 않는 세라믹 재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굴뚝은 지붕의 제일 높은 곳보다 약 30∼50센티미터 높게 설치해야 역풍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여건상 굴뚝을 높게 설치하지 못할 경우엔 스테인리스 재질의 무동력 벤치레이터와 같은 보조장치를 설치하면 된다. 산불 예방을 위해 굴뚝과 주변 나무숲과의 거리는 최소 8미터 이상으로 하고, 반드시 스테인리스 재질의 불똥 방지 캡을 설치해야 한다.
벽난로는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하며, 벽난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엔 집안 내부의 따뜻한 공기가 굴뚝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절기를 설치해야 한다.

장작 수종에 따라 벽난로 수명과 직결

벽난로용 장작은 침엽수보다는 참나무나 상수리나무, 자작나무 등의 활엽수가 좋다. 침엽수는 불꽃이 길고 아름다운 반면, 연기가 많고 바로 타므로 불티가 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을음이나 목타르도 활엽수보다 많은 편이다. 물론 어떤 장작이나 덜 마른 것을 때면 연기가 빠져나가는 통로(연도)에 목타르가 끼어 깨끗한 불을 감상하기 어렵고 수명도 단축시킨다. 따라서 6개월 이상 자연 건조된 장작을 때는 것이 좋다. 田

정리 윤홍로기자

Tip 역사 속으로―
벽난로와 굴뚝, 어느 게 먼저일까

예전에 우리에게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있었다면, 서양엔 삼거지악(三去之惡)이 있었다. 그 첫째 악은 새는 지붕이요, 둘째 악은 바가지 긁는 마누라다. 그리고 셋째 악이 집 속의 연기(煙氣)다.
서양인들은 18세기 전후로 굴뚝이 등장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연기와 함께 생활했다. 그 전까지 대개 모닥불을 사용했는데, 연기는 처마 밑의 틈이나 출입구를 통해 적당히 빠져나갔다. 고통스러운 나머지 벽에 조그만 구멍을 냈는데, 이것을 '바람의 눈(Windauge)'이라 했다. 창문(Window)을 '연기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온 말이다. 벽난로의 등장 역시 중세시대 주택과 성(城)에 연기를 빠져나가게 하는 굴뚝에서 비롯한 것이다.
당시 벽난로는 직사각형으로 일정한 깊이를 유지하고, 받침쇠가 있어야 통풍에 좋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각 모서리가 비스듬한 경사면일 때, 열 반사율이 높다는 것도 알아냈다.
벽난로는 1624년 루이 사보가 파리 루브르 궁전을 건설하기 전까지 이렇다할 발전을 보지 못했다. 그는 벽난로 밑과 난로 쇠살대 뒤 통로를 통해 공기를 끌어들여 벽난로 선반에 있는 그릴에서 방으로 배출시켰다. 이 형태는 20세기 공기 통로 역할을 하는 움푹한 벽에, 조립식 2중벽의 철제 벽난로 라이너(Liner)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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