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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얼가든 임춘화 대표
2015년 6월 1일 (월) 00:00:00 |   지면 발행 ( 2015년 6월호 - 전체 보기 )

아이디얼가든 임춘화 대표
 
정원 디자이너, 임춘화 정원은 삶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무대
 
자연에 대한 남다른 감성과 감각적인 손길을 통해 고요하고 사랑스러운 정원을 만드는
정원 디자이너, 임춘화 대표는 꼭 넓은 마당이 있어야 정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베란다, 옥상, 현관 입구 등 우리 생활 곳곳에 싱그러운 자연을 들이고, 그로 인해 사람들의 심신이 맑고 편안해진다면 그것이 바로 정원인 셈이다.
그를 만난다면 이제 당신도 ‘비밀의 정원’을 가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글 | 이종수 사진 | 백홍기 
 
봄의 끝자락. 정원 디자이너, 임춘화 대표를 만나기 위해 수동리로 가는 길은 유난히 봄 풍경이 진하게 느껴졌다. 가로수는 어느새 진초록으로 덮인 가지를 연신 흔들어대고 멀리 산 중턱은 이미 갖가지 색깔로 넘쳐난다. 오후의 잔광은 그들 사이를 지나 차창으로, 다시 산과 하늘의 경계에서 부서진다. 서울에서 2시간 채 안 걸려 도착한 산 중턱, 남양주시 수동리에는 임춘화 대표가 디자인한 정원이 꽃 대궐을 이뤘다. 각종 꽃과 수목들이 정갈하게 정리된 채 정원 속에서 제각각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우리 일행을 반겼다.

1막 1장, 발견

정원 문화의 중심지인 영국에서 가든 디자인을 전공한 정원 디자이너, 임춘화 대표. 그는 영국식 정원 스타일을 생태 환경과 정서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연출해 이국적이면서도 친근한 정원을 만든다. 특히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는 여성미 넘치는 정원과 꽃의 컬러를 고려해 연출하는 화이트 가든, 화단 자체를 패턴화해 구성하는 자수 정원,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수풀이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코타주 정원 등으로 그 독자성을 인정받고 있다.
건축은 설계한 모습이 도면 그대로 정확하게 나타나지만, 정원 디자인은 1년 후부터 시간이 거듭할수록 매년 모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금이 5월이라면 내년 여름과 가을, 겨울의 모습은 어떨까 하고 사계절의 모습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이 착각하기 쉬운 게 있어요. 심는 거 잘하고 물 주는 거 잘하면, 그렇게 정원이 완성되는 거로 알아요. 그럼 몇 년 뒤에 찾아와요. 손들고 찾아오거든요. 쑥대밭이 된 거에요. 정원은 잡초와의 전쟁이죠. 꽃은 덥고 습한 것을 싫어합니다. 식물원에서 3년 정도 있으면서 저도 공부가 많이 됐죠. 정원 디자이너는 많이 공부해야 해요. 꽃이 뭔지, 나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죠. 다년생과 1년생을 구분 못 하고 심었다가 낭패를 보기도 하고, 잡초인 줄 알고 어렵게 구한 꽃들을 다 뽑아놓기도 합니다.”
수만 종 식물의 복잡한 학명과 재배, 성장 과정 외에도 공부할 것이 산더미다. 그야말로 끝이 없다. 일을 마치고 해거름이 되면 집에 가기 싫을 정도로 꽃과 나무를 좋아한다는 그는 ‘꽃은 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원을 만들면서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의 위치까지 모두 그만의 스타일을 입힌다. 설계하며 들어낸 큼지막한 바위가 마당 한쪽 그 자리에 놓여야 하는 이유, 소나무를 저 멀리 심어야 하는 이유, 땅의 습성이나 지리적 기후, 볕의 양, 화단의 컬러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까지 오직 그만이 안다. 흙에서 시작해 오롯하게 정원이 완성되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에 몰입해야 하는 것이 그의 숙명이며, 일이 되어가는 과정에 더 많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그의 작업 방식을 알기에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클라이언트 역시 누구 하나 이견을 내놓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한 정원은 딱 제 옷을 입은 모습이다. 마치 원래 그렇게 집을 지을 때부터 되기로 한 듯한 익숙함이 느껴지는 비결이기도 하다. 없는 듯 있도록 자연을 닮은 정원. 다 버리고 ‘꽃과 나무’만으로 전원주택과 어우러져 최상의 가치를 표현한 그만의 스타일인 셈이다.


1막 2장, 도전

“10년 벌어 유학 가자 했고, 계속 전공했던 쪽으로 공부하고 싶었어요. 근데 영국 정원이 유명하니 정원 보면서 골프만 쳤어요. 하하. 그러다 우연히 본 가든 설명서를 보고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고, 그토록 좋아했던 꽃과 식물과 야생화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죠. 제 작업의 엉뚱함은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에서 비롯한 거예요. 무조건 한다고 했어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과정 코스였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시골에서 뛰놀며 유년기를 보낸 임춘화 대표는 사람보다 장소를 더 오래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아이로 자랐다. 신기한 풀이나 꽃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보는 게 그냥 좋았다. 그러던 그는 전국 1% 안에 드는 성적으로 법대에 수석 입학해 국제법 석사까지 공부한 법학도였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30대 후반에 가족과 떠난 영국. 영어라고는 3개월 랭귀지 스쿨이 전부였다. 백화점 문화교실쯤으로 생각하고 덜컥 신청했고, 시작하고 보니 한 번에 4시간짜리 수업을 받고 매번 8시간 분량의 과제를 내야 했다. 영어가 짧아 과제를 이해하지 못해 힘든 적도 많았다.
그래도 꽃을 보니 힘이 나고 즐거웠다. 힘든 농사일에도 철 따라 꽃 심는 것을 잊지 않았던 어머니와, 온갖 토종 약초를 캐러 다니시던 심마니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덕분일까. 그렇게 영국 왕립원예협회(RHS)의 할로카가든(Harlow Carr Garden)의 가든 디자이너 코스를 졸업한 그녀는 아이디얼가든을 1인 기업으로 창업했고, 그의 처녀작인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를 비롯해 파주 헤이리 아티누스의 실내외 옥상 정원, 신라 클럽하우스, 조치원 e편한세상 등을 비롯해 많은 개인 정원을 설계했다.

1막 3장, 확신
“2004년 8월에 귀국해 우연히 조경회사 교육을 시작하면서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계원예술대 강의도 하게 됐죠. 가든 디자이너가 생소했던 때인데도 타샤 튜더 할머니에 관한 다큐가 방영되면서 덕분에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죠. 책도 많이 나올 때고요. 허브빌리지에 허브 식재를 프랜팅 디자인하게 됐고, 2006년 9월부터 2009년 4월까지 근무하면서 강의도 하게 됐어요. 계속 일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식물원에서 일했기 때문이에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강의만 좀 하다가 관뒀을 수도 있어요. 식물원에서 일하면서 디자인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죠. 정원 디자인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도 확신하게 됐고요.”
그래서 자신이 첫 작품인 허브빌리지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컸단다. 식물원의 경우 10년 이상 오랜 시간을 미리 예상해 디자인해야 하므로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이라 식물원 측도 그에게 어떻게 일을 맡겨야 할지 몰랐다. 결국, 그가 직접 손으로 그려가면서 디자인하고 도면을 달라고 해서 측량까지 다 했다. 그런 면에서 정원은 미학도 필요하지만 기능성과 합리성, 경제성이나 안정성까지 갖춰야 하는 복잡한 건축세계와 많이 닮았다. 이런 다양한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열정을 가지고 클라이언트와 검토하면서 세부 사항을 조율해야 한다.
“정원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로부터 의뢰받은 정원을 직접 설계해서 만들고 사후 관리까지 해주는 사람이에요. 건축과 마찬가지로 한번 짓고 나면 고치기 어려우니 미리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클라이언트와 되도록 많은 얘기를 해요. 오랜 시간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이 정원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거든요. 클라이언트의 라이프스타일을 최대한 존중해서 정원을 디자인하는 게 우리 일입니다.”
임춘화 대표는 맞춤식 정원이 최고라고 말한다. 어떻게 꾸밀 것인가는 일차적으로 그 공간에 사는 사람에게 달려 있지만, 사람의 성격과 땅의 습성 등 생긴 모양이 모두 다른 까닭이다.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공간 디자인이 정원 디자이너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볕이 많이 드는 공간인지, 바비큐 시설 등을 두고 싶다면 부엌과의 동선은 어떤지도 중요하다. 식물을 가꾸는 것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정원 디자인의 전부는 아니다. 식물 외에도 마당과 식재 공간, 각종 조경 장식 모두 정원 디자인에 포함된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하나의 공간을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2막
“건축주인 김신영 씨에게는 정원이 완전 놀이터예요. 꽃을 좋아하고 음식을 만드는 것을 즐기는 김신영 씨는 정원에 한쪽 텃밭과 근처 야산에서 제철 재료들을 가꿀 때가 가장 좋다고 하고요. 일주일에 서너 번 내려오시면 이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도 정원이에요.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면서 대화하는 것을 즐거워하세요.” 사실 음식과 정원은 비슷한 면이 많다. 누가 먹느냐에 따라 메뉴는 물론 재료 선택과 양념의 배합이 달라지듯, 정원 역시 취향과 예산에 따라 설계가 달라지니. 자연스럽게 앞치마를 두르며 “레시피대로 가는 건 재미없어요” 라고 말하는 김신영 씨의 얼굴이 마치 다 자란 어른이 앞마당에서 흙 놀이를 하는 것처럼 신난 표정이다.
임춘화 대표와 김신영 씨는 어쩌면 이 정원을 만들었을 무렵 이 집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때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듬어보면서, 집에 정원이 녹아든 시간의 기억과 커가는 기억만큼 그들이 직접 만들고 가꾼 정원 속 꽃과 나무를 연결하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경험해온 삶의 궤적을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실험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정원 디자이너 임춘화.

프랜시스 베이컨은 “전능하신 신이 맨 처음 이 땅에 만든 것은 정원이었다. 그리고 진정으로 그것은 가장 순수한 인간의 즐거움이 되었다.” 라고 말했다. 문득 각자의 인생에서 기억하는 조그만 파편을 언제라도 다시 부를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게 정원 디자이너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임춘화 대표는 꽤 의미 있는 작업을 하는 정원 디자이너이다. 나 또한 남양주시 양수리에서 어떤 날의 기억을 보았고, 따뜻한 시선을 느꼈고, 한없이 즐거웠으니.
“오래된 정원은 이전에 그곳에서 살다 간 삶을 간직하고 있어요. 일상의 드라마와 환희를 목격했고, 변덕스러운 스타일의 유행을 감내했으며,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봤을 테고요. 이러한 정원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훗날 잊기 힘든 온갖 기억과 성장의 순간을 보존하는 공간으로 존재하겠죠.” 유년 시절을 보낸 기억의 정원, 현재 가꾸고 있는 정원, 그리고 만들어보고 싶은 꿈속의 정원. 이 정원을 무대로 임춘화 대표가 펼쳐줄 새로운 드라마가 궁금하다.
 
문의 | 아이디얼가든 02-725-2737   www.idealgard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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