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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 ESSAY] 작지만 좋은 집2_집을 선택하기까지
2020년 9월 28일 (월) 00:00:00 |   지면 발행 ( 2020년 9월호 - 전체 보기 )

작지만 좋은 집2
집을 선택하기까지

집짓기를 계획하고 구체화하면서 필요한 공간을 추가하다 보면, 집 규모가 점점 커진다. 채우고 늘려가는 것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주택 다이어트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가볍고 편안한 삶을 바란다면,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채움이 아닌 비움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이영재(건축사사무소 이인집단 소장)

증감(crescendo) 혹은 감소(decrescendo)
집을 선택하는 과정은 자동차 옵션 선택과 유사하다. 필요한 옵션은 생각했던 트림trim보다 상위 트림에 있다. 절제하지 못하고 옵션을 하나씩 선택하다 보면 결국 최고급 사양을 선택한다. 집도 마찬가지다. 아쉬움이 크면 공간은 늘 부족하게 느껴진다. 가구와 공간을 늘리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집보다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선택은 편의성에 이끌리지만, 남과 ‘비교’에 의한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남들과 같은’ 공간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불필요한 선택을 강요하면서 공간을 키운다. 지난 호에 언급했던 ‘남들과 같은’이라는 단어에 현혹되면 안 된다. 그리고 ‘남들과 같은’ 집이 나에게 좋은 집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완벽한 디자인이라는 건 그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제거해야 할 무엇인가가 없을 때 비로소 달성되는 법이다.” -생 텍쥐페리-

이제는 나에게 맞춘 완벽한 디자인에 도전해보자. 그러기 위해선 비교하지 말고, 불필요한 공간 요소를 찾아야 한다. 예컨대 친구 집에서 본 멋진 긴 식탁은 빨리 머리에서 지워버리자. 긴 식탁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멋져 보여서 그런지 돌이켜봐야 한다. 긴 식탁은 공간을 지배해 그 용도밖에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싶다면, 결국 필요한 공간만큼 면적을 더 늘려야 한다. 이번엔 불필요한 공간 사례로 침실을 살펴보자. 침실은 잠을 자는 단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종일 침대만 버티고 있다. 그 면적은 통로를 포함해 2평 남짓이다. 30평 주택이라면 전체 면적에서 1/15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 말은 8시간 수면한다고 했을 때 전체 공사비 1/15를 들여 만든 침실이 하루 16시간 동안 쓸모없는 공간이 된다는 것과 같다. 결국 집을 짓는 건 늘려가는 것이 아니라 줄여가는 것에서 출발해야 경제적 부담을 덜고 삶도 가벼워진다.

공간 다양성 한옥에서 찾아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가벼움이다. 점점 작게 ‘다용도 기능’을 갖춘 공간이 부담을 줄여줄 것이다. 집을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또한, ‘다용도’라는 방법적 도구는 당신에게 로망이었던 공간을 선물해 줄 수도 있다.
‘공간을 작게 하는데, 추가로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이 방법을 우리는 잘 알고 이미 몸으로 익혀 왔다. 바로 우리 전통 살림집이다. 전통 살림집은 별채로 멀리 뒀던 뒷간을 제외하면 방과 정지(부엌)뿐이었다. 근대 주거 건축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한동안은 형태를 유지했다. 그러다 이름부터 생소하고 어떤 공간인지 불분명한 ‘거실’이라는 이상한 가부장적 공간이 도입되고, 기능마다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기능에 맞춰 이름을 붙여 집이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전 살림집은 달랐다. 방은 다용도 공간이었다. 시간에 따라 또는 필요에 따라 침실에서 식당으로 그리고 거실이 되었다. 방 하나로 모든 기능을 갖췄다. 완벽한 공간 디자인이다. 그렇다고 불편한 한옥을 다시 짓자는 것은 아니다. 한옥을 지을 경제적 여건을 갖췄다면 충분히 다른 형태의 큰 집도 지을 수 있다. 다만, 공간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한옥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호는 삶의 최적화를 위해 작은 집을 선택한 사람들의 ‘작은 집 운동’에 관한 이야기다.

이영재 소장 경상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시공간 개념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엉뚱 발랄해도 진지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마이너 건축가다. 02-336-2021 www.othersa.com/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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