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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풍경 가득한 경남 밀양 59평 복층 황토집
2004년 11월 23일 (화) 11:23:00 |   지면 발행 ( 2004년 11월호 - 전체 보기 )

경남 밀양시 부북면 덕곡리에 자리한 전원주택. 이 집의 건축주 송찬준(49) 씨는 태어나면서부터 부산 도심지에서 생활해 왔고, 현재도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그가 한순간에 도시를 뒤로 하고 전원행을 택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건축주는 아파트에서 생활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농작물을 재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화분에 고추를 심어 놓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기를 기대하며 정성껏 가꿨다.

아파트가 남향이어서 일조량도 충분했고, 조건도 충분히 갖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추나무는 꽃은 피우는데 열매를 맺지 못했다. 왜 그럴까 고심하며 이런 저런 궁리 끝에 화분을 8층에서 1층 화단에 내려놔 보았는데, 그후 꽃이 피고 열매도 맺었다고 한다.

8년 만에 이룩한 전원생활

건축주는 식물이 땅의 기운을 받아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새삼 흙이 친근하게 느껴지면서, 문득 전원으로 가야겠다고 맘먹었다.

그후 곧장 전원생활을 시작할 마땅한 부지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구미에 맞는 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부산 인근은 전원주택이 들어설 대로 들어서 부지가 별로 없을뿐더러, 땅값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고 부산에서 너무 멀어지면 출퇴근 문제, 아이들 교육문제 등으로 곤란했다. 그러던 중 부동산중개사무소의 소개로 밀양의 한적한 시골마을의 부지를 알게 됐는데, 주변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출퇴근도 가능한 거리였다. 무엇보다 앞으로 교통이 훨씬 더 좋아진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현재 밀양에서 부산까지 자동차로 1시간 남짓 걸리지만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넉넉잡아 2~30분이면 충분합니다.”
건축주는 8년 전인 96년도에 지금의 부지 940평을 평당 7만 원에 구입하고 집 지을 준비에 들어갔다. 집은 이미 전원생활을 결심할 때부터 황토집으로 결정한 상태였다.

우선 ‘황토집짓기동호회’에 가입, 3개월간 황토집 짓는 교육을 받고, 황토집 여러 군데를 직접 찾기도 했다. 그리고 전원주택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지식을 축적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갖춰지자 집짓기에 들어갔다.

첫 삽을 뜬 것은 2001년 3월. 먼저 길을 내고, 축대를 쌓고, 계단식으로 된 부지를 적당하게 성토하고, 복토를 했다. 그리고 부지가 제대로 자리잡기를 기다린 후 2002년 3월 건축공사를 시작, 그해 11월 완공했으나, 입주는 뒤로 미뤄야 했다. 고 3인 딸아이의 수능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집이 완공된 지 1년 후인 2003년 12월 입주,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산과 들을 배경으로 지은 집

나지막한 산과 들이 어우러지는 풍광을 배경으로 지은 이 집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다. 집 앞으로 논과 저수지가 있어 전원의 풍취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집 마당으로 들어서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와 통나무 정자였다. 지하수를 이용해 인공으로 만든 연못이지만 살아 있는 느낌이 들게 하려고 분수를 설치했다. 그 옆에 자리한 전원주택의 운치가 물씬 풍기는 통나무 정자는 손님이 찾아오면 야외 파티장소로 변모한다.

황토벽돌로 쌓고 황토미장을 한 흙집이지만 모양새가 수려하다. 대체로 사람들이 흙집을 꺼리는 이유가 물에 약하다는 점과 외관상 단조로움을 극복하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인데, 이 집은 외관이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하다.

완만한 경사에 적삼목 너와가 가지런히 얹어진 지붕은 각각의 공간에 따라 계단식 모양을 하고 있어 아담한 뒷동산의 능선과 조화를 이룬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그윽한 목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실내 구조는 거실과 주방, 방2, 구들방, 욕실2, 드레스 룸으로 배치했다.

거실은 넓고 높으며, 장엄하고 시원스런 느낌이다. 천장은 2층까지 시원스럽게 오픈시켰고, 아름드리 통나무로 된 기둥과 보, 서까래 등 각종 구조는 그대로 노출시켰다.

높은 천장의 공허함을 보완하려고 방 천장과 같은 높이에 직경 30센티미터의 굵은 보를 세웠고, 중간에 기둥 하나를 더 세웠다.

거실 삼면에 설치된 커다란 창을 통해서는 산과 들, 저수지가 한눈에 보이고, 천장에 설치된 채광용 창으로는 풍부한 햇살이 들어온다. 창문은 바깥쪽엔 유리창을, 안쪽엔 세살창을 설치해 전통 한옥의 느낌을 내면서 보온 효과는 극대화시켰다. 한쪽 모퉁이에 다소곳이 자리한 벽난로는 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하다.

거실이 넓은 대신 주방은 좁은 편이다. 기둥을 세워 주방과 거실을 분리시켰지만, 시선은 거실 쪽을 향하게 했다. 거실과 주방을 구분 짓는 턱 위에 통나무로 만든 식탁을 얹어 놓은 아이디어는 눈여겨볼 만하다.

각 방의 천장은 원목 서까래를 그대로 노출시켰고, 바닥과 벽은 황토로 미장한 후 한지벽지와 한지장판을 깔아 자연미를 살렸다.

전원생활에 푹 빠진 건축주 부부

건축주 부부는 1년 전원생활 재미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른다. 전원생활 새내기지만 그 솜씨가 놀라울 정도다. 집과 넓은 텃밭, 정원 어느 한 군데도 소홀함 없이 정갈하고 꼼꼼하게 잘 가꿔놓았다.

텃밭에는 고추, 땅콩, 배추, 무 등 철 따라 심을 수 있는 채소가 거의 다 있고, 정원에도 백일홍과 산수유, 목련, 석류, 측백나무, 사과나무, 단풍나무, 앵두나무, 벚나무, 치자나무, 키위 등과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빼곡하다. 여기에 청둥오리며 닭, 견공 등의 동물가족들까지… ….
일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을 법도 하다. 하지만 건축주 부부는 일이 힘들다기보다 오히려 재미있단다.

“전원에서는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땔감 구하랴, 텃밭 가꾸랴, 정원 가꾸랴, 동물가족들 돌보랴.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일이라기보다 취미이자 생활이기에 힘든 줄 모르겠어요.

아직은 미숙하다 보니 실수도 종종 한답니다. 일례로 텃밭 주변으로 수십 그루의 감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관리를 잘못해서 그중 태반이 병들어 열매를 맺지 못하기도 하고, 정원에 심어 놓은 소나무도 말라죽었는데, 안타깝네요.”

건축주 부부는 좀더 신중하게 관리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아쉽다며 앞으로는 보다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내년을 기약한다.

건축주의 부인인 조미남(47) 씨는 처음에 전원생활을 반대했다. 이유는 친구를 자주 못 만나게 될 것이고, 그동안 누렸던 도시의 편의시설이나 문화생활에서 멀어질 거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러한 걱정들은 전원생활을 하면서 말끔히 사라졌다.

처음엔 외롭고 허전했지만 익숙해지면서 좋은 점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공기 좋고 물 좋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전원에서는 도시에서보다 소비를 적게 해서 좋아요. 채소나 과일 등 먹을거리 대부분을 자급자족으로 해결하다 보니 생활비가 50퍼센트 정도 줄었고, 옷 구입 등의 소비도 거의 없지요.”

조 씨는 정원과 텃밭을 가꾸고 짬을 이용 밀양시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에서 수영과 헬스를 하고, 또 이웃 주민과 어울리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른단다. 또 전원으로 오고 난 후 친구나 가족들의 방문도 귀찮을 정도로 늘었다며 자조적인 웃음을 보인다.

전원생활의 완성을 꿈꾸며

건축주 부부는 앞으로 보다 알차게 전원생활을 준비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표고버섯을 재배할 계획이고, 더 이상 나무나 채소가 병들어 죽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각오다. 아울러 전원생활을 계획하거나 준비하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한다.

“전원생활은 아무나 못합니다. 부지런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냥 살라고 해도 못살 겁니다. 하지만 전원생활을 마음먹었다면 과감하게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직장 출퇴근 문제, 아이들 교육문제 등등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다간 결국 못하게 되니까요.”

전원생활에 푹 빠진 이들 부부에겐 하루의 해가 짧기만 하다.

글 박창배 기자 / 사진 김혜영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경남 밀양시 부북면 덕곡리
·건축구조 : 목구조 황토집
·건축면적 : 총 59평(1층 39평, 2층 20평)
·부지면적 : 940평
·대지면적 : 120평
·벽체구조 : 직경 30㎝ 원목통나무+황토벽돌
·지붕마감 : 너와
·외벽마감 : 황토+석회 미장
·내벽마감 : 황토미장+한지벽지
·천장마감 : 루바 산자+육송 원목 서까래
·창 호 재 : 유리+세살창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바닥마감 : 자갈+황토몰탈+한지장판
·건 축 비 : 2억650만 원(평당 350만 원)
·시공기간 : 2002년 3월∼11월
■시 공 : 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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