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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의 우수성에 현대주택의 실용성을 더한 강화 47평 복층 황토주택
2005년 4월 27일 (수) 15:00:00 |   지면 발행 ( 2005년 4월호 - 전체 보기 )



건축주 최세희 씨는 어릴 적부터 동경해 온 한옥의 이미지를 현대 감각으로 형상화해, 강화읍 관청2리 드넓은 논밭 한 가운데 짙푸른 솔숲을 배경으로 47평 복층 황토집을 지었다. 주 생활공간인 거실과 식당은 전·후면에 나란히 배치해 가족의 친밀도와 주부의 동선을 고려했고, 안방에는 구들을 놓았다. 여기에 고향의 노모를 생각해 사랑방을 독립시켜 들이는 등 제한된 평수 내에서 최대한의 공간활용을 도모했다.

집을 그리는 사람들은 저마다 꿈속 동경(憧憬)이 빚어낸 애틋한 이미지 하나씩을 마음에 품고 있다. 동경은 산과 바다를 건너 멀리 타국에 있기도 하고, 현실의 장벽을 넘어 환상 속에 있기도 하지만, 내 살던 고향의 아름다운 시절 같은 아련한 추억 속에도 있다. 마음 속 동경이 그리던 집을 현실에 머물게 했을 때, 그 집은 사는 사람에게 더 이상 관념이 아닌 삶 그 자체의 의미로 다가온다.

강화읍 소재지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이면서도 전형적인 시골 풍경을 간직한 강화읍 관청2리 야트막한 둔덕 아래 정갈히 자리한 47평 복층 황토집. 건축주 최세희(52세) 씨가 유년시절의 동경과 그리움으로 빚어낸 고향의 품 속 같은 아늑한 보금자리다.

한옥을 동경하며 자라난 아이

오랜 기간 교직에 몸담아 온 건축주는 12년 전, 김포 인근의 한 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으면서부터 전원생활을 꿈꾸기 시작했다. 당시 김포시에 가족이 머물 만한 아담한 아파트 한 채를 장만했지만, 이사 첫날 비행기 소음에 소스라치게 놀란 뒤로는 ‘사람 살만한 터’에 내 집을 손수 짓겠다는 결심을 했다.

애써 장만한 아파트는 그냥 둔 채 이곳 저곳 전셋집을 전전하길 3년여, 건축주는 마침내 강화읍 가까운 곳에서 가족의 쉼을 의탁할 푸근한 지세의 땅을 찾아냈다. 드넓은 논밭 한 가운데 소나무 숲을 끼고 자리한 대지 200평과 전답 200평을 평당 40∼50만 원에 매입했다.

건축주는 부지를 매입한 후에도 한동안 전세를 살며 강화에서 알게 된 친구와 짝을 이뤄 전국의 이름난 옛집들을 찾아다녔다. 당시 서구에서 들여온 다양한 공법의 세련된 전원주택이 많았지만, 이미 그의 마음 속에는 유년시절부터 동경해 온 한옥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차 있었다.

“고향인 강원도 동해에 양반들이 모여 살던 ‘단봉’이라는 한옥 마을이 있었어요. 하루종일 볕이 드는 데다 마을 앞에 근사한 연당(蓮塘, 연못)도 있어 어릴 적 그곳에서 참 많이 놀았죠. 저에겐 그곳이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우아한 처마곡선과 기와지붕… 어린 맘에도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죠. 그래서 나중에 크면 꼭 저런 한옥에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습작을 통해 다듬어진 황토집

건축주는 발품을 팔아 얻은 정보를 종합해 목구조 황토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고향에서 모친을 위해 손수 상가 건물을 올려 본 경험을 살려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문가의 손을 빌지 않고 진행해 2001년,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신(前身)격인 34평 황토집을 완성했다.

그리고 3년 뒤에 습작의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해 현지 업체인 ‘일하는 사람들’의 유명성 대표 목수와 손을 잡고 남은 210평 부지에다 지금의 47평 복층 황토집을 지었다. 옛집은 서울서 살다온 의사부부에게 전세를 놓아 나름의 재테크도 했다. 손수 지은 집 한 채 갖는 게 평생의 꿈인 사람들에게 두 채의 집을 연달아 완성시킨 이곳 건축주의 일화는 분명 ‘신화’로 여겨질 만한 것이다.

“집 짓는 일에는 이제 이골이 난 듯 싶네요. 평소에도 손을 놀리어 무언가를 만드는 게 취미다 보니 집 짓는 일도 취미인 듯 즐겁게 해냈죠. 아내는 이런 저에게 이제는 일만 찾지 말고 삶의 여백도 갖추라고 핀잔을 줍니다. 그 말도 일리가 있기에 지난해 새 집으로 이사오면서 택호를 ‘세심재(洗心齋)’로 정했죠. 마음을 비우고 새 출발하는 마음으로 여유롭게 살자는 의미입니다.”

격식보다는 실용과 편의

이 집은 한 마리 순한 짐승이 소나무 숲을 향해 고개를 한껏 치켜든 형상이다. 마당으로 돌출된 거실을 중심 축으로 솔숲에 기댄 좌측은 복층 구조이고, 우측은 배면으로 조금 밀려난 단층 구조이다. 황토의 붉은 빛이 감도는 집의 몸체는 배경인 짙푸른 솔숲과 대비돼 다소 밋밋한 입면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여느 황토주택과 마찬가지로 기둥, 도리, 보로 집을 짜고 그 틈새에 황토벽돌을 쌓아 집을 올렸지만 전통 가옥의 중후함과 위세보다는 옛 민가의 소박함과 질박함이 배어 있다. ‘보기에 편한 집이 살기에도 편한 집’이라는 건축주의 믿음이 유명상 대표 목수의 다부진 손끝을 만나 인위적인 기교를 최대한 배제하고 단순하고 간결한 미감을 형상화한 결과다. 지붕을 전통 기와가 아닌 사각 아스팔트 슁글로 마감하고, 덱을 집 전면 쪽으로 9평 남짓 아담한 규모로 빼낸 것 또한 체면과 격식보다는 실용과 편의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실용과 편의를 도모한 것은 집의 내부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건축주는 네 식구와 고향의 노모까지 염두에 둬 제한된 평수를 갖고 최대한의 공간활용을 도모했다. 주 생활공간인 거실과 주방 및 식당은 집 전·후면에 나란히 배치해 주부의 동선과 가족의 친밀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했고, 건축주 부부의 안방은 거실 좌측 한 쪽에 마련해 구들을 들였다. 거실과 안방에는 모두 전면창을 크게 내어 채광과 조망을 한껏 빨아들였다.

큰아이의 방은 후면 우측에 배치하고, 그 옆에는 고향에 계신 노모를 모실 생각으로 독립된 욕실과 주방을 갖춘 사랑방을 앉혔다. 식당으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면 햇살을 담뿍 안은 고측창이 나 있는 아담한 거실과 탁 트인 전망이 매력적인 작은아이의 공부방이 자리하고 있다. 물매로 생겨난 지붕 속 공간은 다락방으로 꾸며 평소에는 갖은 집기의 보관창고로 쓰고 명절 같은 집 안 대소사 때는 사랑방 대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집이 가져온 삶의 풍요로움

한 번의 습작에 이어 최근 두 번째 집을 완성한 건축주는 요즘 집이 가져다준 삶의 풍요로움에 젖어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느닷없이 방문해 구들방에서 한두 시간씩 잠을 청하는 친구들의 부러움과 시샘도 유쾌하기만 하고, 떼를 지어 찾아와 삼겹살 파티를 즐기고 가는 후배들의 애교와 넉살도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행복한 것은 가사일과 회사일로 지친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 가뿐해진 몸을 자랑하고, 주말 오후 볕이 쏟아지는 거실에 모여 음악감상 삼매경에 빠져 있는 두 아이의 여린 미소를 마주했을 때다.

“집이 참 편안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저희 가족 또한 집에 들어서면 일과 공부로 가빴던 숨이 진정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경험하게 됩니다. 크게 모양내서 짓지는 않았지만 사는 사람의 마음을 놓이게 하는 이 집은 저와 가족에겐 고향과도 같습니다.”

건축주는 훗날 정년퇴임을 하게 되면 아내와 단둘이서 수풀 우거진 전원으로 들어가 펜션을 운영하며 노년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그때도 손수 펜션을 지어볼 요량이다. 두 번의 습작을 통해 다시 구현될 그의 유년시절 한옥에의 동경이 또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빛을 발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田

송희정 기자 / 사진 조영옥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관청2리

·건 축 형 태 : 목구조 황토주택

·부 지 면 적 : 210평

·건 축 면 적 : 37평

·연 면 적 : 47평(1층-37평, 2층-10평)

·외벽마감재 : 황토 모르타르

·지 붕 재 : 사각 아스팔트 슁글

·내벽마감재 : 한지 벽지

·천 장 재 : 루바

·바 닥 재 : 장판(거실 강화온돌마루)

·창 호 재 : 엘지 하이사시 이중창

·난 방 : 기름보일러(안방 구들)

·건 축 비 : 1억 7330만 원(조경공사비 제외)

·시 공 기 간 : 2004년 4월~2004년 9월

● 설계 : 비전건축 032-932-2921

● 시공 : 일하는 사람들 032-937-7393, www.mogs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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