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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동에서 그대로 옮겨온 한옥 ‘민들레울’
2003년 9월 9일 (화) 10:44:00 |   지면 발행 ( 2001년 2월호 - 전체 보기 )

건축주가 직접 쓴 건축일기 4

천연동에서 그대로 옮겨온 한옥 ‘민들레울’

‘민들레울’은 본채와 사랑채, 교육관, 측간 등이 초가와 기와 돌기와 등으로 구성되었다. 다도와 식문화를 위한 공간인 본관은 팔작집 형태이고, 서예나 전통문화강좌 등 전통문화의 교육장소로 사용되는 ‘다린 초당’은 고가(古家)에서 헌 목재를 구해 임의로 지은 초가이다. 그리고 객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하는 작은 기와집은 구들을 들인 맞배집 양식이다. 한정식집으로 재 구성되어 일부 실내 인테리어 등에 현대적인 소재가 사용되기도 했지만, 민들레울’의 기본 골격과 형태에 있어서는 전통한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옥’이 사라져가고 있다.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사고로 오늘날 한옥은 그 설자리를 잃었고, 5천년 우리전통문화도 함께 사라져 가고 있다. 집은 인간에게 단순히 생활을 위한 공간만은 아니다.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요, 삶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따라서 한옥은 우리조상의 삶의 지혜가 묻어있는 문화유산이며, 때문에 이러한 한옥을 보존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정순오씨는 사라져 가는 한옥을 안타까워하며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에 있는 철거 위기의 한옥을 옮겨 자신의 생활터전 ‘민들레울’을 꾸몄다. 전통문화의 공간으로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는데, 그의 한옥 이야기를 실었다.

펑펑 눈이 내린다. 소복소복 눈 내리는 소리에 방문을 활짝 여니 누리가 온통 눈부신 빛으로 아우성이다. 군불지핀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용마루와 기와골, 처마와 그 너머 나무위로 다복다복 쌓이는 눈을 바라보니 마음에는 어느새 평화가 내려앉는다. 흙내음, 숨소리, 바람소리 이곳에 둥지를 틀고 집을 지은 이후 모처럼 느끼는 아늑함이다.

한옥목수도 아니요 그렇다고 건축가도 아니며 한옥에 대한 식견도 거의 없던 내게 한옥이 그 어떤 건축물모다도 아름답고 위대하게 다가온 것은 환경과 생명에 대한 관심이 싹트기 시작하면서다. 한옥은 환경과 생명, 주변과 자연적 본능에 충실하다.

옮겨다닐 수 있는 한옥

집을 옮길 수 있음은 한옥이 가지는 또 하나의 커다란 장점이다. ‘집을 옮긴다. 사람만 이사하는 것이 아니라 집을 아예 통째로 옮긴다는 것’, 현대 건축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치의 빈틈도 없이 치목하여 기둥과 도리, 보 등이 서로 맞물리므로 못을 사용치 않고도 수백 아니 수천 년을 견딜 수 있고, 또 필요하다면 그대로 해체해 다른 곳으로 옮겨 지을 수 있는 것이 한옥이다.
전통양식을 살리려

서대문구 천연동에 있던 한옥을 옮겨 지은 ‘민들레울’은 가능한 옛 방식을 거스르지 않으려 노력했다. 일부 실내 인테리어 등에 현대적인 소재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기본 골격과 형태에 있어서는 전통한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우선 옛 기와와 집의 기본 골격이 되는 기둥, 보, 도리, 서까래 등을 그대로 살렸고 지붕은 서까래 위에 산자를 엮어 흙을 올렸으며, 담벼락도 흙벽돌과 옛날 적벽돌을 구해 마감했다.

그리고, 이실집인 ‘민들레울’은 본채와 사랑채, 교육관, 측간 등이 초가와 기와 돌기와 등으로 구성되었다. 다도와 식문화를 위한 공간인 본관은 팔작집 형태이고, 서예나 전통문화강좌 등 전통문화의 교육장소로 사용되는 ‘다린초당’은 고가(古家)에서 헌 목재를 구해 임의로 지은 초가이다. 그리고 객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하는 작은 기와집은 구들을 들인 맞배집 양식이다.

그러나 주건물인 본관은 한정식집을 구상했기에 이에 맞도록 실내구조를 많이 변경하였다. 우선 대청을 기존의 네 칸에서 여덟 칸으로 늘리면서 고주를 하나 없앴고 대들보를 하나 더 들였다. 그리고 출입구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다기 전시실을 만들었으며, 벽면을 전면창으로 처리한 전통차실을 하나 더 마련했다.

그런데 다른 곳은 모두 띠살문이나 완자창 등 우리 전통 문을 달았지만 이 부분만큼은 실내에서도 바깥 풍광을 음미할 수 있도록 현대적 소재인 유리를 도입, 전면창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고심 끝에 결정한 것이지만 전통한옥에 현대소재를 도입한 것이 그리 탐탁치는 않다.

사람을 위한 집, ‘한옥’

집은 사람의 기를 만나 생명을 얻게 되고 사람은 다시 집의 기를 통해 건강한 생명력을 얻게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수 있는 집, 사람다운 사람이 사는 집, 얘기 거리가 있고 사람을 보듬고 쓰다듬어줄 수 있는 집은 한옥이다.

한옥이 현대화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사라진 원인을 생각건대 이는 집이 갖는 여성성을 중요시하지 않음에 있다. 이는 ‘한옥의 현대화’, ‘오늘날의 한옥’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사고는 친환경적이고 생명을 중시하는 한옥의 가장 큰 장점인 자연과의 교감에 둔감하게 만들었다.
전통문화의 공간으로

‘민들레울’은 단순히 영업집으로 쓰여지기 위한 것은 아니다. 전통문화의 공간으로 그 자리를 마련하고자 구성했다. 우선 건물로서의 ‘민들레울’은 전통에 바탕을 두고 옛것을 재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건물로서의 가옥에서 나아가 집이 갖는 문화성을 고려하였다. 즉, 생활문화공간의 역할에 중점을 두었다. 정월대보름 놀이, 단오제, 다린 초당에서 매주 강습되는 서예교실, 필요에 따라 열리는 전통문화 강좌 등이 그것이다.

전통생활문화의 열린 마당! 이는 전통문화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정착되어지길 바라는 취지에서다. 초가와 돌담이 문화와 예술이 됨을, 마루와 마당이 훌륭한 무대와 한바탕 어울림의 장이 됨을 굴뚝과 창살이 삶에 녹아 든 영혼의 표현임을 내 삶의 둘레에 스르르 녹아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田

■ 글 정순오 / 사진 김성용

■ 건축정보

위치: 경기 포천군 소홀읍 직동리
부지면적: 4백평(준농림 전, 답)
건물형태: 한옥(본채-팔작집, 별채-초가, 사랑채-맞배집)
건축면적: 본채 45평, 별채(초가) 19평, 사랑채 4평
공사기간: 6개월
실내구조: 본채(대청, 부엌, 방 2), 별채(방1, 홀1), 사랑채, 측간
골조(보, 도리, 서까래 등): 소나무 육송(천연동 한옥에서 옮김)
벽체구조: 본채, 사랑채-흙벽돌, 별채-황토(맞벽치기)
외벽마감: 황토미장
내벽마감: 한지
바닥재: 비닐장판
지붕마감: 전통기와(천연동 한옥에서 옮겨 얹음)
난방형태: 석유 보일러
식수공급: 지하수
■ ‘민들레울’ 031-544-0082

■ 미니사전

고주(高柱): 높은기둥.
용-마루: 지붕 위의 마루. 옥척(屋脊).
치목(治木):목재를 다듬고 손질하는 것. 치목-하다 (자)
산ː자(子): 지붕 서까래 위나 고물 위에 흙이 떨어지지 않도록 나뭇개비 또는 수수깡을
가로 펴서 엮은 것. ∼를 엮다.
팔작-집 (八作-): 네 귀에 모두 추녀를 달아 지은 집. 합각-집(合閣-).
다린: 차(茶)의 벗(友)
초당(草堂): 집의 원채에서 따로 떨어진 정원에 억새·짚 등으로 지붕을 인 작은 집채.
맞배-집: 맞배(박공)지붕으로 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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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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