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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 만난 사람] 유기농 장을 고집하는 농부 CEO 김영환
2008년 8월 31일 (일) 11:40:00 |   지면 발행 ( 2008년 8월호 - 전체 보기 )

“100년 푹 삭힌 된장 맛 좀 보실라우?”

“도시 사람이 뭘 안다구?” 도시 사람이 귀농해 농사짓는 게 마치 죄 짓는 것처럼 원주민의 눈총을 받으며 더부살이하듯 농촌에 정착하던 시절도 있었다. 여건이 어려워도 꿋꿋하게 유기농업有機農業(Organic Farming)만 고집했다. 올바른 먹을거리를 소비자의 밥상 위에 올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친환경 농사를 지어온 것이 실효를 거둬 그의 농장에서 만든 장류는 현재 유기농산품 인증을 받은 명품 웰빙 식품으로 꼽힌다. ‘ㄱ’자 보고도 낫을 연상 못하던 초보 농부 김영환 씨가 지금은 ‘부자 농부’로 불리며 농부 CEO로 성공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박지혜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

“100년 묵은 된장이 어떤 맛을 낼 것 같으세요? 어떤 분은 고약할 것 같아 인상부터 찌푸리는데, 된장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옛말도 있듯 실제로 된장은 오래될수록 깊은 맛을 내지요. 우리 집에 있는 가장 오래된 된장이 9년짜린데 판매하지 않고 계속 숙성시킬 계획이에요. 후대에 유기 된장에 대한 좋은 자료로 물려주려고요.”

문화유산이 따로 없다.
농약도 제초제도 그 어떤 인공 약물도 가하지 않은 청정 환경에서 작물을 키워 된장 고추장 간장 청국장 등 장류를 생산 가공하는 김영환(51) 씨. 그가 경영하는 ‘가을향기농장’은 2004년 우리나라 최초로 장류 부문에서 유기가공품 품질인증(간장 된장 청국장)을 받았다. 귀농 8년 차 농토와의 사투 끝에 비로소 거둔 수확이다.
멋모르고 시작한 농사. ‘농사에 농자도 모르던 도시 촌놈이 성공했네 그려’라는 이웃의 말을 들을 만도 하다.


“우리 농사지으며 살자”… 두 아이 이끌고 무작정 시골행

12년 전 김영환 씨와 그의 아내 박경애 씨 그리고 당시 초등학교 6학년 2학년인 딸과 아들, 이렇게 네 식구는 무작정 인천에서 양평으로 이주했다. 지인의 소개로 살 터만 보고 왔을 뿐 농사를 어떻게 짓겠다 앞으로 어떤 집을 짓겠다 하는 전원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왜 그랬어요”라는 질문에 “농사가 짓고 싶었어요”라는 답뿐이다. 마치 농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남편은 기아자동차, 아내는 제일은행을 다니면서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부모님께 아파트 사 드리고 나니 거의 무일푼, 김 씨 부부는 어디 내놔도 네 식구 밥 굶지 않을 노동력 하나만 믿고 왔다고 할밖에.


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말렸다. 김 씨 부부도 그렇지만 한창 교육을 받아야 할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해 더욱 염려하는 소리가 많았단다. 그런데 웬걸. 딸아이는 시골에 와서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자라더니 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학과에 진학했다. 또 아들녀석은 부모님이 유기농으로 장 담그는 걸 지켜보더니 전문대학에서 식품학을 공부한다. 학원 두세 군데 다니는 게 당연시된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학원이나 과외도 일절 접해본 적이 없단다. 집에서 10리(약 4㎞) 길을 걸어 등하교하며 전교생 이름을 잠결에도 다 읊을 수 있는 소담한 시골 학교에서 교육받은 것밖에 없다.



온 가족이 땡볕에 땀흘려 일한 대가가 고작?

“당시만 해도 빈집이나 휴경지가 많아 골라서 살 만한 데가 많았어요. 아는 사람이 허름한 폐가를 소개해줬는데 정말 귀신 나올 것 같았어요. 4식구가 쉴 곳이면 되지 외형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적당히 고쳐서 살았지요. 농사짓고 싶어서 시골로 왔기에 일단 농사부터 시작했어요.”

막상 농사를 지으려고 보니 김 씨 부부는 농사에 무지몽매했다. 농사를 익히는 방법으로 농번기 때 이웃을 도와주면서 자연스레 터득하는 길을 택했다. 일손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을 때니 만큼 이웃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웃 논밭에서 보고 배운 것을 따라서 1600평의 논밭에다 벼 콩 고추 농사를 시작했다.

“첫해 농사요? 어이구, 뭐 별 볼일 없었지요. 첫해 쌀 9가마, 콩 2가마 반, 고추도 얼마 거뒀는데 고추는 잘 키워서 따 놓고는 말리기를 잘 못해서 죄다 버렸지 뭐예요. 농사 첫 수확물로 250만 원 소득이 있었는데 들어간 비용을 생각하면 적자지요, 적자.”

TV도 전화기도 컴퓨터도 없이 시골생활을 시작했는데 농사가 생각보다 힘들다는 걸 실감하고 나서, ‘살 길은 아껴 쓰기밖에 없다’ 여기고 허리끈을 더 바짝 졸라맸단다.

그런 김 씨가 된장을 담그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콩을 팔러 상인에게 값을 매겨보라고 했더니 한 가마에 16만 원이란다. 한여름 땡볕에 김매던 아내와 아이들이 떠올라 도저히 그 돈 받고는 아까워서 팔지 못하겠더란다. 해서 생각해낸 수단이 장 담그는 것. 장을 담가 팔면 못해도 두 배 더 받을 수 있다는 소릴 들은 것이다. 그런데 그도 쉽지 않은 것이, 도시 촌놈이라 누가 장을 담글 것인가!

첫 두 해는 집안 어르신이 장 만드는 법을 알려주어 아내와 같이 배우고 그 다음해는 어르신은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부부가 직접 담그면서 노하우를 익혔다.

처음에는 집에서 한 음식을 친척이나 이웃에게 나눠줄 때 그런 기분으로 간단히 비닐 봉투에 넣어 팔았다. 김 씨네 장을 사 간 사람들이 맛있다고 다시 찾았고 차츰 장사가 되자 콩밭 면적도 넓혀가고 용기도 바꾸고 장 브랜드도 만들어 다는 등 차차 격을 갖추어 갔다.

김 씨는 농사 초기부터 좋은 먹을거리를 소비자의 밥상 위에 올리겠다는 생각에서 유기농법을 원칙으로 삼았으며 물량이 많아져도 가공까지 정성을 담아 손수했다. 농심農心을 담은 장사를 하겠다는 의지에서였다.


유기농업이 농촌의 살 길이지요

“처음에는 주변의 따가운 눈총도 있었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묵묵히 유기농업을 하고 장을 만들었어요. 이곳에 온 지 4년 만에 안정기가 찾아왔어요. 경작지도 꾸준히 늘려갔고 논농사는 몫돈이 되고 하우스 채소는 생활비가 되고, 장 판매도 쏠쏠했어요. 한번은 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이 우리 농장에 들렀다가 장 만드는 것을 보시고 유기가공품 품질인증을 신청해보라고 알려주었어요. 생산 조건이 기준에 맞아야 하고 성분 함량이 국내 유기농산물 95% 이상 되는 등 까다로운 심사와 절차를 걸쳐 2004년 국내 처음으로 장류 부문에서 유기가공품 품질인증을 받게 되었어요.”

김 씨는 유기가공품 품질인증 후 장 담그는 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인증 신청을 하겠구나 했는데 의외로 잠잠했단다. 지금까지도 장류 부문 유기가공품 인증 받은 국내 업체는 5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기농 장류는 희소가치가 크다. 장 판매 업체가 무려 7000곳 이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더욱 실감난다.



인증을 받고 나자 유명 백화점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구매 요청이 일어났고 가을향기농장의 된장이 전국의 밥상을 책임지는 명품으로 등극됐다. 10여 년 전 250만 원의 수익에 앞이 캄캄하던 김 씨는 지금은 2억 1천만 원의 고소득 농업인으로 성장한 것이다.

“유명 식품매장 유기가공품 코너를 보면 외국산은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데 비해 국산은 몇 개 안 돼 마음이 씁쓸해요.”

“유기농업이 농촌의 살 길”이라고 말하는 김 씨는 아직 걸음마 수준의 우리 유기농업 환경을 보고 안타깝다 한다. 김 씨는 최근 영국의 한 식품유통 회사에서 찾아온 예를 들었다. 한국 된장을 수입하려는 이 영국 회사의 직원은 유기농 제품을 고집해 아는 한국인에게 물어물어 찾은 데가 가을향기농장. 김 씨의 농장을 방문해 장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마당 한가득 400여 개 장독을 보고 퍽 만족스러워했단다.

“농약을 치는 것은 간접 살인이나 마찬가지예요. 재배에 그치는 농부가 아닌, 가공과 유통에 직접 관여해 올바른 먹을거리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야지요.”

웰빙 푸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화두다. 곧 영국을 비롯해 우리나라 밖에서도 가을향기농장의 땅힘과 손맛이 제 힘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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