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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 만난 사람] 베풂과 소박한 어울림, 양평의 음악선생님 임승기 교수
2008년 9월 30일 (화) 01:24:00 |   지면 발행 ( 2008년 9월호 - 전체 보기 )



"빠바밤- 빠바바바 바밤- 빠바밤-"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토카타와 푸가' 연주가 전원의 적요寂寥함을 깨운다. 독일의 한 문인이 '토카타와 푸가' 연주를 듣고 묘사한 것처럼 '태고의 침묵, 주위가 온통 캄캄한데, 구름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내려와 미물을 심연에서 구해주고, 밤을 몰아낸다'는 표현이 이곳 양평에서 더욱 적절하게 와 닿는다. 한갓진 전원이라 그렇고 전원생활자들의 문화예술 체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한다는 비유적 의미에서도 그렇다. '임승기 교수와 함께하는 음악 이야기'로 양평에 예술의 향기를 불어넣는 임승기 교수에게서 새로운 동네에 안착하는 법도 배워보자.

글·사진 박지혜 기자 음악감상회사진제공 환뮤직오디오클럽 031-772-8300 www.fanmusic.co.kr

임승기 교수(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부부는 풀과의 전쟁에서 일찌감치 백기를 들었다.

"이곳 생활은 한마디로 풀과의 전쟁이에요. 뽑아도 뽑아도 고새 자라는 풀을 이길 재간이 없어요. 매번 풀한테 진다니까요."

그래서 부부는 허리춤까지 아니 키 높이만큼 자랄 기세를 보이는 사방의 풀을 보며 "그래 어디 한번 자랄 대로 자라봐라" 하고 내버려둔다. 그 편이 속 편하다. 덕분에 황토집 본채와 별채 둘레로 야생 식물들이 점령해 한여름 초록빛 싱그러움은 더하다.

2000년 서울 아파트숲을 떠나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로 이주해 벌써 전원생활 10년이 다 돼 가건만 부부는 여전히 풀들에게 계엄령 한번 선포하지 못한다. 텃밭 가꾸기도 생각이 나면 할까 굳이 잡초를 제거해야 하는 이유도 없는 것이다. 잡초와 씨름할 시간에 부부는 책과의 씨름 한 판을 택한다.
아내 육선자 씨는 서툰 솜씨나마 지난해부터 예초기를 들기 시작했다. 기계를 잘 모르니 관리가 어려워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요즘처럼 뜨거운 날에는 예초기 작업이 너무 힘들어요. 차라리 여름에는 비 오는 날이 벌레도 덜 물어 수월해요."

육 씨는 시골 병원에서는 차도가 없어 서울 병원까지 달려가야 하는 지독한 피부병도 앓아 봤으니 풀과의 전쟁이라는 말이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양평 사랑에서 비롯된 '임승기 교수와 함께하는 음악 이야기'

임승기 교수가 전원에 들어와 매일 독서를 빠트리지 않듯 매달 1회 거르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감동을 사람들과 나누는 일. 임 교수의 집에서 강변을 따라 북쪽으로 1시간 남짓 차로 달려 도착하는 곳 서종면, '환뮤직 오디오클럽'에서 열리는 '임승기 교수와 함께하는 음악 이야기' 시간이다.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가 많지 않은 양평지역 사람들을 배려한 시간이건만 어째 외지인이 더 많다.

"한 날은 외부로 나갔다가 개군면을 통해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환뮤직이라는 데를 발견했어요. 지금은 유동인구가 많은 서종면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당시에는 이런 델 누가 찾아올까 싶을 정도로 인적 드문 시골에 자리했지요. 들여다보니 우리처럼 도시에서 귀촌한 젊은이가 좋은 취지를 가지고 음악을 모티브로 한 문화 공간을 운영한다기에 나 역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김동환 사장과 의기투합하여 금요 음악감상회를 열게 되었어요. 알음알음 회원들이 모였고 먼 지방에서도 마다치 않고 매번 찾아오는 회원들도 있어요. 시골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때도 있어요. 그러나 청중 수에 개의치 않고 꾸준히 진행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지요."


임 교수가 환뮤직에 갈 때는 CD와 DVD 수 장을 가방 한 가득 챙긴다. 엄마 손 붙잡고 따라오는 아이도 있을 수 있기에 청중 눈높이에 따라 주제를 즉각적으로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임 교수의 전공은 독일 시문학이다. '장미꽃이여, 오오 순수한 모순이여,/ 수많은 눈시울 아래/ 누구의 잠[睡眠]도 아닌/ 이 일락逸樂이여.' 하는 릴케의 시문학을 연구했다. 11년간의 독일 유학시절 부전공으로 택한 것 중 하나가 서양 음악사.

회원들은 클래식 음악이 좋아 환뮤직 금요 음악감상회에 참석하기도 하지만 임승기 교수의 음악에 대한 애정과 퍼포먼스를 엿보는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강의 도중 예기치 않게 독일 가곡을 직접 불러 보여 좌중을 매혹시키는 임 교수의 모습에서, 서재 벽면마다 그것도 모자라 방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는 클래식 음반들을 보면서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가늠한다.

"이 음반이 모두 몇 장이나 될까요?"

"허허 글쎄요, 몇 장이나 될까요."

그에게 음반은 세어 볼 가치가 없는 것이다. 들을 가치만 있을 뿐이다.

임 교수, 마을 구하다

누가 권한 것도 아닌데 금요 음악감상회를 자청해 맡은 것만 봐도 임 교수의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의식이 각별함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먼저 생각한 것도 '이 지역에 기여할 일이 뭐가 있을까'였다고.

임 교수가 이곳 병산2리에 1,320㎡(400평) 정도의 부지를 매입한 것은 1980년대 초. 수목에 조예가 깊은 그는 이주하기 전부터 나무 심으러 심심찮게 이곳에 드나들면서 이미 마을 사람들과 말을 섞어 안면을 텄다. 덕분에 '원주민 텃세'라는 말을 모르고 지냈고 이주하고 나자 본격적으로 노인회에 가입해 각종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이 마을에서 '모르면 간첩' 소릴 들을 정도로 유명한 '임승기 교수와 돌산[石山]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 앞에 지금도 보여요, 돌산이."

한 석재 사업자가 마을 앞 돌산에서 돌을 캐어 나르는 일을 수십 년 동안 해 왔다는데 어쩔 수 없이 대형 트럭들이 이 마을을 통과하게 됐다. 업자는 마을 측에 만료기간을 정해놓고 그 때까지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대형 트럭의 요란한 소리와 굉음으로 인한 불안감으로 불평이 많은 터였는데 약속일자가 지났음에도 트럭이 계속 다니자 주민들이 이에 서명운동을 벌인 것이다.

"거의 모든 주민들이 서명한 상황에서 석재 업자 측에서 사람을 보내 서명을 포기하라고 위협하기 시작했어요. 이장을 비롯해 하나 둘 서명을 포기하기 시작했지요. 어느날 밤중에 있으려니 다급하게 '교수님 교수님' 하고 나를 찾아요. '교수님, 시커멓게 생긴 사람이 우리 집에 와서는 기다란 쇠몽둥이로 막 위협해요. 으- 무서워요. 교수님이 좀 도와주셔야겠어요'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고 아무도 나서질 않으니 내가 나서서 이 문제를 처리하기로 맘먹었지요. 그 문제로 법정에 서게 됐는데 1년 정도 지루하게 끌고 가다가 결국 우리가 승소했어요. 업자는 물러가고 이후로 이장도 새로 바뀌어 지금은 평화로워요."

소설의 한 대목 같다. 임 교수는 "당시 이제 막 이주한 도시 촌놈이라 이 마을에서 아무 존재도 아니었고 마을 대사에 끼어들 위치가 안 됐지요. 그러나 내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앞으로 뿌리를 내려 아들딸의 고향이 될 곳이라고 생각하니 양심이 가만 두지 않았어요"라고 회상한다.


계약서도 설계도도 없이 진행된 황토집 시공

건축기간이 무려 1년 걸렸다는 목구조 황토집 본채 완성 후에 아내를 위한 별채를 한 동 더 지었다. 별채는 현재 성균관대학교 다도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중인 아내가 차[茶]방으로 쓰는 공간이다. 아내 입장에서는 앞뜰에 돌판 가져다 놓고 '이것이 당신의 찻상이요' 하던 처음보다 형편이 나아졌다.

임 교수는 도시의 분주함과 화려함이 더 좋을 21살 아래인 어린 아내에게 전원으로 가자고 말 꺼내기가 두려웠다고 한다. 당시 다도茶道에 흥미를 키우던 아내를 유혹하기 위해 앞뜰에 편편한 돌로 찻상을 만들어 놓고 보여주니 아내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남편 뜻을 따르기로 했다.

좌식과 입식 차방이 있는 별채는 업자가 골조만 만들어놓고 사라지는 통에 마무리 짓는 데 고생했다고 한다. 본채 건축 역시 마음고생이 많았다. 처음부터 황토집 지을 것으로 정하고 알아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 주저했는데 마침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업자를 만나 믿고 맡긴 것. 사찰 전문인 이 업자는 계약서도 설계도도 없이 일을 시작하더니 목수들에게 작업지시나 관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시공이 더디게 진행됐다. 그 때를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지금도 찜찜하다.

*

아무렴 어떨까. 시가 있고 노래가 있고 책이 있는데. 게다가 미술작품과 비교할 수 없는 초록으로 물든 산천이 계절마다 옷 바꿔 입으며 대화를 거드는데. 또 아랫집 할아버지가 복날 닭 한 마리 잡자고 할 때의 얼굴에서도, 전원에서는 너그러움을 배우게 하니 그것으로 삶이 족하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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