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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딸기가 왜 맛있냐고요?” 어린농부 딸기체험농장 정상훈·김정금 부부
2009년 7월 8일 (수) 15:00:52 |   지면 발행 ( 2009년 6월호 - 전체 보기 )



"하얀 꽃잎 가운데 노란색을 만져 봐요, 느낌이 어때요?" "부드러워요." "간지러워요."집에서 받아먹기만 하다가 직접 현장에 나선 고사리손들이 새빨간 열매를 따느라고 바쁘다 바빠. 어머니의 젖무덤처럼 보드라운 흙으로 무얼 심어도 농사가 잘 되는 곳, 농사꾼이라면 탐을 내는 땅 두물머리에서 딸기 농사짓는 어린농부 부부를 만났다.

박지혜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 취재협조 어린농부 딸기체험농장 031-771-1653 http://blog.naver.com/chi8sum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기에 붙여진 이름, 두물머리. 그 촉촉한 땅을 밟고 산책하다 보면 뭍으로 농가가 몇 채 보인다. 좌측 가장자리 알록달록한 파라솔을 친 한농가에는 사람들이 들락날락 분주하다. 손에는 잔뜩 빨간 걸 들었다.
"뜨거우니까 한발짝 뒤로 물러날까요? 이렇게 휘휘 저으면서 설탕을 넣은 다음 걸쭉해질 때까지 저어요. 그러면 맛있는 잼이 완성되는 거예요."
"저도 저어볼래요."
40여 명의 어린 손님들이 점심 도시락을 먹는 30분 동안 보글보글 과즙과 과육, 설탕이 잘 섞여 쫀쫀한 잼으로 완성됐다. 아이들은 후식으로 냉장고에서 꺼낸 잼이 아닌 이제 막 불에서 꺼낸 뜨끈한 잼을 비스킷 위에 올려 맛본다. 딸기농장에서 딸기 한 소쿠리씩 따는 체험을 하고 딸기잼 맛까지 본 유치원 아이들의 입 안은 향긋한 딸기 냄새로 그득해 딸기 꽃이라도 필 모양이다.

 


12월부터 6월까지 딸기 맛보러 와요
양평군 양수리에 위치한 '어린농부'딸기 체험 농장에는 해마다 봄이면 방문객들이 줄이어 하루도 쉴 틈 없다. 이르면 한겨울부터 늦게는 6월 중순까지 딸기 수확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시중에 딸기가 한창인 3, 4월에 손님이 가장 많다. 이때는 하루 100~200명, 일주일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다녀간다고. 이처럼 어린농부 농장에서는 1년짜리 딸기 농사 짓고 딸기 체험을 하고 나면 한 해가 저문다.
딸기농장 안주인 김정금 씨는 "9월에 밭 준비하고 10월에 심고 이르면 겨울에 체험 손님을 맞으면서부터 정신없이 바빠요. 농장이 큰 편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 두 사람이 농사짓고 손님들 서비스까지 챙기려고 하니 일손이 아쉬울 때가 많아요"라며 지난해는 7, 8월 두 달간 꼼짝없이 앓아누웠다 한다. 그래도 흙냄새가 부르는 9월이면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난다. 어김없다.
1600평 규모에 6동의 하우스에서 딸기를 키우는 정상훈(53세) · 김정금(46세) 부부는 딸기 농사에 관한한 전문가다. 여기 양수리에선 딸기 농사 잘하기로 소문났다. 대체로 다른 농가에선 딸기 수확을 4월에 마감하는데 어린농부 농장에선 6월까지도 수확이 가능하니 똑같이 심었는데 더 오래 열매를 따 먹는 걸 보면 이웃 농부는 얼마나 배 아프고 궁금할까.
그렇다고 천적을 죽이고 병을 예방하기 위해 약을 쓰는 쉬운 농사법을 택한 것도 아니다. 부부는 4년 전 딸기 농사를 시작하기 이전에도 유기농이 아닌 다른 농법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친환경주의자다.
유황을 살짝 태워 그 향으로 흰가루병을 예방하고 진딧물의 서식처인 보리를 키워 진딧물을 잡는다. 지난해 푸른 보리 속에 까만 진딧물들이 그득한 걸 보고 올해는 보리를 더 많이 심었다고.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는 정상훈 씨는 인증에 무게를 두지 않다가 인증 획득이 시장의 우세 논리다 보니 올해에야 무농약 인증을 받았는데 이로써 2년 후면 유기 인증을 받게 된다고. 정 씨가 유기농업을 하는 데에는 양평군에서 유기농업을 짓고 살아온 집안 내력과 이곳에서 탄생된 유기농법의 첫 모임인 정농회의 영향이 컸다.

딸기는 농부의 섬세한 손길에 보답하지요
도시 아줌마 김정금 씨는 농사가 그리도 짓고 싶었단다. 농부가 될 가능성이 큰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목적 역시 농부의 아내가 되어 자연스레 자신도 농부가 될 수 있겠거니 했다는 것.
"경쟁이 싫어요. 자연을 벗 삼아 자족自足하는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싶었어요. 머리만으로 살기보다 육체노동을 통해 정직하게 땀 흘리며 삶의 보람을 느끼고 싶었거든요. 지금 흙 만지며 사는 농사꾼이 된 게 행복해요."
결혼 20년 차가 돼서야 비로소 김 씨는 농부의 아내가 될 수 있었는데 10년 전쯤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시댁 농가가 있는 양평군 양수리에 귀농했어도 농지 주변만 맴돌다 말았다. 그러다 청운면에 1년간 손수 담틀집을 짓고, 2년간 살다 4년 전 다시 이곳 양수리로 이주해 딸기 농사로 정착했다.
남편은 풀무원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딸기 농사에 자신이 있었고 다른 작물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제대로 짓기 위해 딸기로 유명한 논산에 가서 직접 농사법을 익히고 연구해 논산에서 하는 방식으로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단지 할 줄 안다는 자신감으로 딸기 농사를 시작했지만 수확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판로에 대한 계획도 서 있지 않았다. 운 좋게도 첫해 수확물은 지인을 통해 판매하고 2년 차에는 친척 친구들 3~4가족이 딸기 수확을 체험해 보고 싶다며 놀러왔는데 그 후 인터넷에 올린 후기를 전국의 네티즌이 공유하는 바람에 농장주 본의 아니게 딸기 체험 농장이 돼버린 것. 부부는 예상 밖으로 체험 희망자가 많음에 놀랐고 해마다 2배씩 딸기 밭 규모를 늘려야 했다. 현재 수확되는 딸기는 100%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판매된다.
"작물은 주인 발자국 소리로 자란다는 말이 있지요. 자랑 같지만, 우리 딸기를 맛본 분들은 '맛있다'는 감탄사를 터트리며 특별한 비법이 있냐고 물어봐요. 내가 보기엔 남편의 지극한 정성 때문일 거예요. 딸기는 매 순간 손길을 주고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바로 표가 나요. 기온이 영하 10℃ 이하로 떨어지면 남편은 밤 11시, 새벽 5시에 어김없이 하우스를 점검해요. 혹여 하우스 귀퉁이가 나풀거리면 딸기 꽃이 얼 수 있거든요. 그러니 딸기를 심은 다음부터는 거의 딸기 밭에서 살다시피 해요. 그처럼 세심하게 살피고 돌봐주니 튼실하게 자라고 영양가 풍부하고 당도 높은 열매로 맺을 수밖에요. 우리집 딸기는 날마다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지 않은 날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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