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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그릇’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 발표, 산운마을 · 레티스 하우스, 주거 부문 대상
2012년 1월 18일 (수) 15:20:23 |   지면 발행 ( 2011년 12월호 - 전체 보기 )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한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이 발표됐다. 국토해양부, (사)한국건축사협회,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 사회 공공 부문 대상에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이 선정됐으며 'SK케미칼연구소(Eco Lab)'가 민간 부문, '성남판교 산운마을 7단지'가 공동주거 부문, '레티스 하우스'가 일반주거 부문 대상 수상작으로 각각 결정됐다. 한편 국무총리상인 본상 수상작에는 인천 어린이과학관(사회공공 부문), 한화갤러리아 센터시티점(민간 부문), 삼성래미안 이스트팰리스(공동주거 부문), 평창동 오보에힐스(일반주거 부문) 등 4개 작품이 올랐다.
박경립 심사위원장은"디자인 수준뿐만 아니라 시공 완성도에서도 훌륭한 성취도를 이룬 좋은 작품들이 어느 때보다도 많이 출품되었다"며"출품 작품 수는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우수한 작품이 많아 심사의 어려움을 겪었으며, 특히 공공 부분과 민간 부분에서 경쟁이 치열해 좋은 프로젝트들이 적절한 수준의 수상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건축, 도시에 관심 있는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는 계획건축물 부문에서는 '아날로그 칩'의 김태선, 우원석, 허은영 씨가 국토해양부장관상을, 우리나라 건축문화 발전에 큰 공헌한 사람을 대상으로 1인에 한해 시상하는 '올해의 건축문화인상'에는 박길룡 국민대학교 명예교수를 선정해 국토해양부장관상을 수여했다. 아울러 공로상은 황일인 ㈜일건 건축사사무소 대표와 박경립 강원대학교 교수가 수상했다.
준공건축물 부문 91점, 계획건축물 부문 575점 등 총 666점이 응모한 한국건축문화대상은 1992년부터 건축문화 창달,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 인간 중심의 건축물, 환경과의 조화 및 건축계에 유능한 후진 발굴 및 창작 의욕 고취를 목적으로 매년 시행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주거부문 수상작 중심으로 소개한다. '포레스트 퀸텟'은 본지 2011년 4월호에 게재된 바 있으며 '송현리 안나의 집'은 다음 달, 2012년 1월호에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정리 홍정기 기자 자료협조 (사)대한건축사협회, ㈜종합건축사사무소건원, ㈜푸름에이앤지건축사무소

(좌) 삶의 행복을 담아주는 의미 있는 공간 레티스 하우스
설계 : 인의식 ㈜종합건축사사무소 연미건축 / 시공 : ㈜제효

'가족의 생활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집'의 의미를 넘어 '삶의 행복을 담아주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추구한 수작이다. 주어진 과제를 수학 문제 풀듯이 접근해 각 부분에서 전체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건축 언어를 질서정연하게 적용하며 하모니를 이뤄 내려 한건축사의 내공이 엿보인다. 절제된 매스와 사려 깊게 안배된 창호의 위치와 크기는 내·외부 공간의 즐거운 대화의 반영이며, 전시될 작품과 그 배경이 될 벽면의 크기 또한 퍼즐을 맞추듯 정리돼 자연의 빛과 소리가 함께 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우) 농촌생활의 유형을 잘 담아낸 송현리 안나의 집
설계 : 민승열 ㈜한빛 종합건축사사무소 / 시공 : 민혜령

건축적 언어의 독창성이나 진취성이 엷어 보이나 삶의 오랜 연륜이 배어 있으며 가족 안정과 삶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집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주택이다. 전원에 자리 잡은 이 가옥은 주변 자연과 함께하는 우리 전통의 모습을 많이 닮았으며 땅의 모습을 잘 살리며 자리 잡고 있다. 조금 어색한 비례감도 있으나 농촌생활의 유형을 잘 담아낸 따듯한 주택이다. 단열 성능을 개선하고 여러 아이디어로 주택 경제성을 확보한 점이 인상적이다.

(주) 자연에 순응하면서 배치 묘미를 살린 포레스트 퀸텟
설계 : 조항만 ㈜건축사사무소 키아즈머스파트너스 / 시공 : 신원철

양구 깊은 산간 언덕 위 동호인을 위한 전원주택으로 보기 드문 주거 형태다. 침엽수에 둘러싸인 깊은 산속에 주변 경관을 모두 담으려는 듯 개방적인 구성으로, 외장 IPE목이 외부 침엽수들과 잘 조화를 이룬다. 각기 지형에 순응하며 자리 잡은 각 주택은 자연을 향해 개방돼 있으면서도 적절한 배치 묘미를 살려 프라이버시를 획득하고 있다. 주변 환경과의 어울림과 공간의 섬세함이 탁월하다.

에너지 절약 실험정신 돋보여 양평 패시브하우스
설계 : 윤태권 엔진포스건축사사무소 / 시공 : 양현수

노출콘크리트, 징크 패널, IPE목 등을 적절히 사용하며 에너지 절약형 주거를 추구한 실험정신이 배인 작품이다. 친환경 제로하우스 인증을 목표로 건축주 생활을 잘 담으려는 시도가 돋보인 수작이다. 건축주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으며 주변 지형을 잘 활용하고 주인 만족도와 행복도가 상당히 높은 주택이다. 깔끔한 외관과 징크가 어우러진 모던한 이미지가 눈길을 끈다.

자연과 인공의 공생을 위한 화두 판교 산운마을 7단지
설계 : 김회훈 ㈜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 시공 : 계룡건설산업㈜

부지는 성남 판교 신도시 서쪽 끝 부분으로 택지가 숲과 맞닿아 있다. 서울외곽순환도로가 지나는 산지가 평지와 만나는 부분이다. 완전히 개발돼 격자형 도시 그리드를 가진 신시가지의 택지 지역과 산지 사이 경사진 기슭을 따라 세 개의 빌리지를 가진 206호 규모의 주택 단지를 조성했다. 단지를 조성하는 건축 개념은 자연과 인공물의 공생이다. 경사지를 절토해 넓은 평면을 만든 다음 건물을 앉히는 방식은 지양했다. 대신 지형을 따라 접힘(folding) 또는 기대기(leaning) 같은 개념으로 주택을 경사지에 얹는 시도를 했고, 숲과 녹지를 이른바 '까서'그 밀어낸 자리만큼을 건축물로 건폐(coverage)하는 개념 대신 숲과 숲 사이에 주택을 짜 넣는 이른바 짜깁기(interweave)라는 개념을 적용했다. 또한 물길과 계곡 등 원래의 자연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졌을 지형을 재해석해 인공 그리드를 가하지 않고 물길을 따라 그에 부합되도록 수체계와 가로를 조성했다. 그리고 모든 차량의 진출입과 통행을 지하에 둬 가로를 보행전용으로 함으로써 이 콘셉트를 극대화했다.
이에 따라 파인 밸리나 오크 밸리처럼 자연이 크게 살아나고 이들을 유기적으로 잇는 보행 가로는 전원형으로 꾸며져 곳곳에 Festival Street와 같은 식의 이름을 달 수 있게 됐으며 슬로프 지역에 계단과 수로, 화단 등이 한데 어울린 계단정원 개념도 도입했다. 외형면에서 자연과 인공의 공생에 주력하고 단지 내부는 공동체 의식과 사생활의 공생에 초점을 뒀다. 광장을 중심으로 공동체의 고형적 마을 개념과 마당을 중심으로 하는 사생활의 유동적 주택 개념을 액상적(liquidal)으로 공생시킴으로써 이른바 '광장 → 안뜰 → 주택 거실'의 맥락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한 것이다. 전통 마을의 망상 구조(mesh)와 사적 생활의 나뭇가지형 위계 구조(hierarchy)를 반격자형(semi-lattice)으로 구성해 '마을길 → 골목길 → 대문 앞'이 혼합된 생활 가로를 갖게 했다.

'길의 건축'을 실현하다 평창동 오보에힐스
설계 : 윤영건 ㈜푸름에이앤디 건축사사무소, 이타미준, 유이화 / 시공 : 쌍용건설㈜

아름다운 능선을 지닌 산으로 둘러싸여 신비로운 느낌과 산의 영기靈氣때문인지 공기마저 무척 상쾌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 경사지를 역으로 활용해 여러 층으로 연속되는 건축을 생각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이 공동주택지에 개개의 차고를 마련하는 일이었는데, 기능적으로 차와 사람을 위한 길을 고려할까 하는 것부터 설계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됐다. 실로 '길의 건축'이라 하겠다. 당연히 지면에 절개 면들이 만들어지고 사람과 차를 위한 길이 생긴다. 그리고 지층에 단차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길의 높은 단차로 인해 생긴 옹벽들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표현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고 새롭게 만든 지모地貌에 어떤 저층의 건축을 만들지가 과제였다.
주위 환경과 땅의 영기를 대변하는 하얀 상자 형태가 중첩되는 건축, 앞집 옥상 정원이 마치 나의 정원처럼 펼쳐질 수 있겠다는 계산 하에 옥상에 녹지를 계획했다.
이로 인해 자연과 건축의 일체화를 도모하고 단지 전체의 여백을 살리려는 의도도 있었다. 각각의 대지가 처해있는 다양한 환경 때문에 획일화된 평면 구성 자체가 불가능한 작업이었지만 이러한 전제가 있었기에 더욱 주어진 환경에 녹아드는 공간을 계획할 수 있었다. 밖으로는 전체 단지의 조화를 꾀함과 동시에 각 세대 내부에서는 펼쳐진 주변 지형을 새로운 자연으로 끌어안기 위한 작업이 동시에 이뤄졌다. 그래서 각 세대가 제각기 다른 곳에 개구부들이 생길 수밖에 없고 공간 구성도 각기 상이하다.
오보에힐스는 자연과 건축을 융화하고 새로운 환경과 사람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큰 과제를 안겨주었던 프로젝트라 하겠다. 완성된 건축을 보면 불만도 없진 않지만 이 건축도 십년 후에는 조금은 세월을 입고 자연에 물들어 투박스러움과 섬세함이 어우러져 좋은 맛을 낼 것이라 상상할 따름이다.

이타미준, 유이화 사진 사토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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