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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현재를 담다] 전통傳統을 고수하다. 장인의 고고한 정신이 깃든 장흥리 오량집
2012년 7월 2일 (월) 17:02:36 |   지면 발행 ( 2012년 6월호 - 전체 보기 )



한옥이 위풍당당해 보이는 것은 그 안에 장인의 고고한 정신이 배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장흥리 한옥에서 바로 그 위풍당당함을 볼 수 있었다.
규모와 화려함에 시선을 빼앗기는 장흥리 한옥은 난방과 단열을 위한 현대 자재를 추가한 것 외에 건축방법은 옛날방식 그대로 따랐다. 구조 부재를 일일이 손으로 다듬고 암수 홈을 따내어 조립하는 전 과정에 장인의 땀과 혼이 뱄을 것이다. 이처럼 견고한 한옥을 장인들에게 짓도록 한 건축주의 식견에도 놀라울 따름이다.

박지혜 기자 사진 황예함 기자 취재협조 대흥건축 032-937-9355 www.dhconsulting.kr

10년 전 강화에 콘크리트 구조로 주말주택을 지은 박민호 (69세) 씨는 일생에 마지막 짓는 집으로 한옥을 선택했다.
건축유형중 가장 자연과 조화로운 집일 뿐 아니라 재료 또한 폐기시 자연으로 그대로 돌아가 웰빙을 실현하는 집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는 당연히 몸에도 유익하다.
그리고 박 씨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전통 한옥의 품격과 조형적 아름다움을 제대로 살리고자 했다. 동시에 최근 화제가 되는 단열면에서도 유리한 한옥을 구현하고자 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지어진 강화 길상면 장흥리 한옥은 전통과 현대를 잘 조화시킨 ㄱ자형 오량집으로 완성됐다. 고아하면서 화려한 외관이 가히압도적이다. 공간마다 다양한 문살의 전통목문, 안채규모에 맞춰 올린 창방 위 장여와 소로 그리고 부연을 달아 장식성을 가미한 지붕 구조, 검은 기와의 묵직함보다 가볍고 화려한 느낌의 청기와 등이 현란하게 빛나고 있다.
가운데 마당을 널찍하게 두고 건물을 뚝뚝 떨어트려 배치한 옛 방식처럼 화강석으로 쌓아 올린 담장 너머로 대문 가까이 -자형 사랑채 맞배지붕과 멀리 안쪽으로 위풍당당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안채 팔작지붕이 보인다. 부지의 경사를 이용해 대문에서 오르는 계단을 만들어 마당으로 진입하고 사랑채 지하를 주차장으로 활용했다. 240.3㎡(72.8평) 한옥건축에소요된기간은총7개월로, 골조부재치목에1개월, 조립에3일, 지붕 가구 부재치목 및 조립과 기와 마감까지 2개월, 내외장 공사 2개월, 창호 짜기 및 설치에 3개월 걸렸다. 이처럼 한옥은 골조를 세우는 것보다 지붕 공사에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지붕에 한옥 고유의 선을 표현하는 요소들이 있으며 어떤 요소를 더하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건물 전체의 외관을 결정한다. 목수의 솜씨가 여기서 발휘된다. 장흥리 한옥은 한옥의 참맛을 살리기 위해 각 부분 한옥 전문가에게 시공을 맡겼는데 목창호는 명장 가풍국 소목장이 짰고 3.3평가량 구들방에 놓은 구들 설비는 구들 장인인 구들문화원 오홍식 원장이 놓았다.

양모단열재, 이중창으로 단열 보완
열 자(303㎝)에 한자 세치(39㎝)의 우람한 원형기둥을 세워 기둥-보구조로 올린 후 벽체는 황토벽돌 이중쌓기방식으로 시공했다. 벽돌사이에 천연양모단열재를 충전해 단열을 높였으며 건강성을 누리고자 내부에도 벽돌을그대로노출시켰다. 자연재료라도 제조 과정을 거친 자재는 그 성분과 성능을 확인한 후에야 시공을 허락할 정도로 건축주는 건축 과정에 세심하게 관여했다. 황토벽돌은 공장에 가서 제조 과정을 확인했을 뿐아니라 화학시험 검사소에 성분검사를 의뢰했을 정도다. 황토벽돌은검사결과황토성분이98.2%로 나타나 안심하고사용했다. 굽지않은 생황토인이 벽돌은한 방향으로눌러서압축하는방식이아닌 윤전기로 양방향에서 압축해 건조시킨 것이라 더욱 단단하다.
"콘크리트집이야 20, 30년이면 헐고 다시 짓기도 하지만 한옥은 쉽게 짓고 쉽게 허무는 집이 아니잖아요. 내 대뿐 아니라 후세까지, 몇 백 년도 갈 수 있는데 인체에 해를 끼치는 안 좋은 성분이 들어간 재료를 어떻게 쓰겠어요. 그래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검토한 다음 적용했어요."
단열을 높이기 위해 벽체뿐 아니라 지붕 속에도 단열재를 시공했다. 이 또한 인체 무해하며 단열성능이 탁월한 100% 뉴질랜드 양모로 만든 단열재다. 양모단열재는 시중에 나와있는 웬만한 단열재에 비해 성능이 뛰어난 등 다양한 장점으로 가격이 높은 탓에 고급주택에 주로 적용하는 추세다. 박씨는양모단열재가100% 천연제품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고 샘플을 얻어 간단한 실험을 해 본 결과 성능에도 만족했다.
지붕속에는 개판이나 우물 반자 위에 양모단열재150㎜, 숯200㎜, 흙200㎜를올렸다. 숯과 흙은 단열도 보완하지만 습기를 조절하고, 특히 흙은 사개맞춤으로 짜인 구조가 흙의 묵직함에 눌려 자리를 잡도록 돕는다. 토담집에 들어 갔을때 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역할도 한다.

과거 흙과 나무틈이 벌어지면서 외풍이 있었던 점을 감안해 주심도리 위에 놓는 서까래를 일일이 양모단열재로 감싼 후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를 막는 흙당골 막이작업을 했다. 당골막이를 해도 나중에 서까래와 흙 사이가 벌어지면서 외풍이 실내로 들어오는 데 단열재로 감싸 놓으면 나무틈이 벌어지더라도 안심할 수 있다.
한옥이라고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인 열손실이 많은 창호는 창호지를 바른 전통 목문을 설치하고 복층 유리 창호를 덧달아 한옥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단열을 보완했다. 모든 공간에 이처럼이 중문을 적용했다.

치장 요소가 상당한 화려한 한옥
장흥리 한옥은 여섯 자(181.8㎝) 서까래가 내부에서는 거실 오량천장의 자연미를 만들어내고 외부에서는 처마선의 곡선을 잘 살리고 있다. 특히 작업의 까다로움을 이유로 개량 한옥에 잘 시공하지 않는 선자연이 천장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거실전면에 배치한 누마루 양쪽추녀아래 시공한 선 자연은 각 20개씩 부채 살처럼 얇았다가 펼쳐지는 모양새가 일품이다. 원래 누마루는 외부로 개방된 공간이나 장흥리 한옥은 단열을 높이고자 기둥을 따라 창호를 설치했다. 필요에 따라 목창호를 제거해 외부경치를 실내로 끌어 들이도록 전면에 설치한 들어열개문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누마루에는 선자연과 들어열개문처럼 상당한 치장적 요소가 들어갔는데 공간면적을 더욱 여유롭게 하는 계자난간 역시 그렇다.
외관을 치장하는 요소 중 하나인 머름을 이층으로 시공한 것 역시 눈길을끈다. 침대를 놓은 높이에 맞추고자 이층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머름은 창아래 하인방과 문지방 사이에 머름동자를 세우고 그 사이 머름청판을 끼운 것으로 작업량이 많기에 이 역시 요즘 한옥에서는 생략하는 부분이다.
머름의 기능은 현대에서는 그 중요성을 거의 잃었기 때문이다. 팔을 걸치기 편한 높이로 만드는 머름은 문을 열어둔 채 방바닥에 누우면 머름에 가려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보지 못해사생활보호기능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그 원래의 기능보다 한옥의 정체성을 표현하거나 치장을 위한 목적이 대체적이다.
장흥리 한옥건축주 박민호씨는 한옥을 짓기 위해 6개월간 전국의 한옥을 견학했다. 이미 지어진 한옥의 장단점을 참고하고 보완해서 원하는 한옥을 구상했다. 박씨는 제대로 된 한옥을 접하기가 의외로 쉽지 않았다고 한다. 비용이 걸림돌이 돼 현실과 타협한 과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반면박씨는 충분한 시간과 훌륭한 장인들과 좋은 자재를 투입해 장흥리 한옥을 완성한 점에 뿌듯함을 느낀다. 그리고 후대자손들도 그것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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