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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시작한지 2년… 아직도 공사 중 전통주거공간과 현대적생활의 접목을 고민해 짓는 화가의 한옥
2003년 9월 5일 (금) 17:21:00 |   지면 발행 ( 1999년 6월호 - 전체 보기 )

여주 북내면 상교리 최창훈씨

집짓기 시작한지 2년… 아직도 공사 중
전통주거공간과 현대적생활의 접목을 고민해 짓는 화가의 한옥

화가는 가족들이 살 집이었기에 기초공사부터 신경썼다. 집터를 닦는데 모래와 자갈, 마사, 석분을 3m 높이로 층층이 쌓아 다졌다. 그리고 그 위에 살림집, 주방과 거실, 작업장등 한옥 세 동을 짓기 시작했다. 건축경험은 전혀 없었지만 건축공사장과 인테리어 사업을 하면서 간접적으로 익힌 기술과 주변의 조언만 믿고 용기를 냈다. 집짓기를 시작한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완성을 못한 채 계속 집을 짓고 있는데 현재 창호공사와 내부 마감공사를 남겨 놓고 있다.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뒤에는 산, 앞에는 강이 흐르는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힘에 부치지 않을 만큼의 텃밭을 일구며 사는 것이 꿈일 것이다. 여주 북내면 상교리에서 손수 한옥을 짓고 있는 화가 최창훈씨도 이런 꿈을 꾸면서 여러날을 수소문한 끝에 이곳 고달사지 초입의 땅 1천40평을 96년도에 구입했다. 그리고 97년 봄 2백평을 전용받아 60평 한옥을 손수 짓기 시작했다. 한옥을 고집한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관심때문이었다. 평소 화가는 한옥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도 즐겨 읽었다.
집을 지어본 경험이라곤 전혀 없는 화가가 직접 살림집을 짓겠다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림으로만 먹고사는 것이 힘에 부쳐 틈틈히 건축공사장에서 일도 하고 직접 인테리어 사업도 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간접적인 경험과 주변의 조언에 힘입어 용기를 냈지만 집짓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특히 지반공사를 하는데 많은 힘이 들었다. 땅의 상태를 고려해 콘크리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터를 닦으려니 신경쓰이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낮은 지반을 돋우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 우기를 대비해 배수로를 파고 자갈과 유공관을 설치해 지반의 물빠짐에 신경쓰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집터는 모래와 자갈, 마사, 석분을 3m 높이로 층층이 쌓아 다졌다.

지반을 다지기 위해 포크레인으로 한겹한겹 골고루 골재를 편 다음 15톤 덤프트럭에 모래를 가득 싣고 집터를 수없이 돌았다. 덤프트럭의 기사분과 중장비 기사분의 도움이 매우 컸다. 이런 기초공사 덕분에 장마철 폭우가 쏟아져도 한두시간만 지나면 바닥이 뽀송뽀송 말라 버린다. 터닦기 공사는 봄에 시작하여 거의 가을이 다 되어 끝났을 정도로 많은 경비와 시간을 필요로 했다. 화가는 이런 경험 때문에 집을 지으려면, 특히 한옥을 지으려면 터를 고를 때 물빠짐에 대해 충분히 고려한 후 선택하는 것이 기초공사할 때 덜 고생한다며 충고한다.

주춧돌은 주변의 석산에서 문화재 보수용으로 쓰이는 퇴색된 화강암을 구해 사용했다. 집은 모두 세채다. 가운데 거실과 주방으로 쓰이는 집이 하나 있고 양쪽으로 침실 등 주거공간과 작업실을 나란히 붙여서 지었다.

이렇게 집을 짓는데 목재는 우리나라 육송을 고집했다. 요즘에 짓는 한옥들을 보면 더글라스 소나무나 외국산 육송, 미송 등을 주로 쓰는데 화가는 우리나라 집을 짓는데 우리나라 목재를 사용하는 것이 제격이란 생각에서 국산 자재를 썼다. 기둥과 보는 각재가 아닌 둥근 기둥으로 마름질했다.

한자 간격으로 서까래를 올려 놓은 모습이 살림집 같지 않고 웅장하다. 세채의 집이 독립공간을 형성하고 있지만 그 연결선이 물흐르듯 매끄럽다.

기와는 암수가 따로 있는 기와로 ‘충주기와’에서 시공을 했다. 문화재 보수용 기와라 모양이 좋으며 변형이없고 내구성이 강하다는 것이 시공회사측의 설명이었다. 특히 3대가 기와공장을 대물림하여 기와를 생산하고 있으며 시공후 40년동안은 사후관리를 해준다 하여 마음이 놓였다. 기와를 올리고 나서 그 모양이 점잖고 하자가 없어 흡족했다.
기와시공은 까다롭다. 잘못하면 누수가 발생하고 시공은 잘 했다 하더라도 기와의 질이 나쁘면 비가 새거나 겨울에 파손되어 건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입힌다. 그래서 기와 선택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화가의 설명이다.

계획대로라면 작년 여름에 벌써 입주했어야 했다. 현재 문틀과 내부 마감공사만을 남겨 놓고 있는데 경제적인 이유로 공사 진행이 다소 부진한 실정이다. 특히 실내 마감에서는 현대적인 생활환경과 전통적인 구조사이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하여 고민하고 있다.

지붕과 처마는 기와를 얹고 창호는 현대식 창호를 사용하는 그런 전통을 위장한 마무리는 성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 집을 지으면서 바로 곁에 전세를 얻어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틈틈히 연장을 챙겨 집짓는 일을 한다. 지금까지 집짓는데 들어간 비용은 평당 2백80만원 정도고 앞으로 평당 70만원정도 더 들이면 마무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간이 있으면 있는대로 경제사정이 허락하면 하는 대로 하나씩 하나씩 그는 집을 지어가고 있다.

고달사지

사적으로 지정된 여주 고달사지는 신라 경덕왕 23년(764년)에 창건돼 고려 광종이후 역대왕의 비호를 받았던 대사찰이었다. 그러다 언제 폐사 되었는지 모르게 폐사돼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다.
이곳에는 국보 48호인 부도와 보물인 석불좌, 원종대사 혜진탑과 탑비 귀부·이수, 쌍사자 석등 등 많은 유적들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발굴 조사가 한창이다.

화가 최창훈
“직접 농사지으며 농촌의 현실을 그린다”

화가 최창훈은 홍익대학교 회화가를 졸업하고 91년부터 여주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농촌의 현실과 그 모습들 하나하나를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농촌 사회에 터전을 두고 전통적 회화방식이라 할 수 있는 천위에 유화작업을 하는 그는 점점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우리의 모습들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저녁 찬거리라도 하려고 남의 감자밭에 감자 몇개를 캐려다 들켜 쑥스러워 하는 시골할머니, 낮술에 겨워 논둑에 드러누워 횡설수설하는 늙은 농부들의 모습과 그들이 몸붙여 살고 있는 흙, 오래된 농기구, 허물어져 가는 농가의 한켠 그리고 그 주변에 수없이 핀 들꽃들.
화가는 점점 사라져 가는 이런 모습들을 화폭에 담아내면서 자신의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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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황토/한옥
199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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