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 운영자, 왜 잠자고 있는가

펜션 관련 문의 전화를 받다 보면, 솔직히 짜증날 때가 많다.
문의를 해 오는 《월간 전원주택라이프》 애독자나 홈페이지 방문객들이 아닌, 농림부에 짜증이 난다.

농림부는 현재 민박(펜션) 운영 자격 요건 및 개념, 규모를 규정한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해 놓은 상태다. 2005년 4월 시행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놓고…
여야가 팽팽히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선 법이 통과될지 말지 그리고 시행시기는 미지수다.

주요 내용을 보면,
자격 요건 ☞ 농어촌지역에 ‘실제 거주’하는 주민
민박 규모 ☞ 주택 연면적 기준(45평 또는 60평)
설치 요건 ☞ 일정 규격의 오수 처리시설 및 소화기 설치
운영 제도 ☞ 민박 사업자 지정제도 도입

먼저 밝히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농어촌정비법에는 ‘펜션’이란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펜션을 법적 용어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제주휴양펜션을 명시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과 관광펜션을 명시한 문광부 ‘관광진흥법시행령’ 밖에 없다.
또한 법적으로 제주휴양펜션만 분양이 가능하다. 즉, 내륙에서 ‘펜션 분양’ 뭐 이런 현수막을 내걸면 불법 행위다.

자, 그럼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자.
애매 모호한 객실 수 7실 기준에서 연면적 기준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객실 수 7실이 넘으면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시설에 해당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수많은 펜션들이 7실 이하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45평 또는 60평을 넘으면 안 된다고 한다.

농림부 관계 담당자를 취재한 결과,
▲‘또는’이란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다. 45평인지 60평인지 글 한두 자에 울고 웃는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면적에 서비스 면적만이 아닌 주거면적도 다 포함시켰다고 한다.

60평이 넘으면 건축법상 허가 사항이다. 그런데 60평이 넘는 펜션들이 상당수 된다. 그럼 이런 펜션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농림부는 현재 운영 중인 펜션은 규제 강화로 선의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과규정을 둘 예정으로
-7실 이내 단독주택형 펜션은 모두 운영이 가능하며
-8실 이상 또는 공동주택형 등의 경우도 7실 이하 운영조건부로 구제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예정대로 2005년 법이 시행되면 60평이 넘는 펜션들은 ‘민박 사업자 지정’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즉 소급 적용이 되는지- 농림부에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12월 20일 취재 당시까지).

60평이 넘는 펜션들, 그 중에서도 ‘건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시설이 들어서지 못하는 곳에 자리한 펜션들은 현재로선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문제와 관련 공청회를 요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국내에 자생적인 여러 펜션 단체들이 있는 데도 아는지 모르는지 수수방관하고 있다.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이 있다. 목소리도 내지 않는데, 누가 권리를 찾아주겠는가?
짜증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