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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희망의 결정체 제천 황토주택 ‘견우와 직녀’
2004년 7월 26일 (월) 13:16:00 |   지면 발행 ( 2004년 7월호 - 전체 보기 )

인터넷을 통해 너울 이윤복 씨의 소식을 접하면서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막연한 호기심이나 부러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도대체 얼마나 전원생활을 하고 싶었기에 혼자의 힘으로 두 동의 집을 지었을까. 그토록 전원을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인지 당장이라도 달려가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6월 6일 일요일 이른 아침, 청량리발 강릉행 기차에 올랐다. 너울 이윤복 씨가 살고 있는 충북 제천으로 가기 위함이다. 제천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너울을 만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 올랐다. 역 앞으로 나오자 얼핏 봐도 바로 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검은 선글라스에 개량한복, 흰 고무신을 신고 있는 사람. 언밸런스 한 복장이지만 그에게는 왠지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행정구역상, 충청북도 제천시 금성면. 남제천 나들목에서 3분 거리로, 지명도 아름다운 ‘진리’. 그곳에 그의 집은 한 폭의 그림처럼 자연의 여백을 채우고 있었다.

오랜 기간, 전원생활을 꿈꿔 오던 너울은 I.M.F.가 시작되던 그해, 친구의 도움으로 허물어져 가는 빈집이 앉혀진 대지 500평을 3600만 원에 구입했다. 그러던 어느 날, 25살 동갑내기 부부로 결혼해, 오랜 시간 함께 전원생활을 꿈꿔왔던 부인 데레사를 갑작스런 사고로 잃고 말았다.

너울은 모든 일에 흥미를 잃었고, 23년간의 교직생활을 뒤로 한 채 도시를 떠나 2000년 3월 금성으로 향했다. 늘 꿈꿔 왔던 일, 즉 집 짓기를 위해서였다.

너울은 처음 이곳에 내려왔을 당시를 잊지 못한다. 총 17가구가 모여 있는 이 마을에는 마을 이장과 너울, 47세 젊은이(?)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70대 노인들 뿐이었다.

하지만 14명의 마을사람들이 찾아와 이삿짐을 옮겨주며 호의를 베풀었고, 너울 또한 잊지 않고 답례를 했다. 엄동설한에 터진 수도며 고장난 TV를 고쳐주며 친분을 쌓았다. 시골마을에는 젊은이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지난 2년 동안 전원주택을 구상하며 설계한 6채의 집 중, 동그라미 두 채의 분할 구성으로 안정감을 더하는 설계를 선택했다. 전원에 어울리는 것은 흙집이라고 생각했고, 단조로운 형태를 피하기 위해서 간벌목을 이용한 통나무 황토집을 구상했다.

지붕의 물매도 뒷산과 어울리도록 15도로 잡았다. 두동의 흙집을 덱(Deck)으로 연결해서 오작교를 연출했고, 각각의 집은 견우와 직녀라고 명명했다.

우선, 시공에 앞서 수수깡과 나무를 이용한 모형주택을 제작해 보았다. 작업 중 생길지 모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현지 임협에서 납엽송, 소나무 간벌목 15년생을 4.5톤 세 대 분량을 구입했다. 너울은 화목이나 톱밥용으로 버려지는 나무들을 활용할 수 있어서 더없이 기뻤다. 주 기둥으로 사용될 50년 생 낙엽송을 별도로 구입해 총 153만5000원이 소요됐다.

‘사다리꼴’ 흙벽돌 만들기

원형의 집은 직육면체 벽돌로 시공이 불가능했다. 이유는 벽체를 쌓아 올라갈수록 상단 부분이 넓어져 결국 기울어지고 안정감 있는 시공이 어렵기 때문.

필요한 것은 사다리꼴 모양의 벽돌이었다. 전체 길이 30센티미터에 높이 15, 안쪽길이 13, 바깥쪽 길이 15인 벽돌 틀을 손수 제작하고 3개월 간 벽돌을 찍어냈다.

흙은 집을 짓는 터 자체에서 마사가 섞인 것을 직접 사용했으며, 백석가루(백시멘트)를 3퍼센트 정도 혼합해서 부실부실한 정도로 흙을 반죽했다. 벽돌과 통나무의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흙과 백석 비율은 같되, 벽돌과는 반대로 약간 질척하게 반죽했다.

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이렇게 2400여 장의 벽돌을 찍어냈고, 벽돌 하나 나무 하나 흙 반죽으로 틈을 메우고 안팎을 미장했다. 총 60톤 분량의 흙을 비벼야 했다. 동그라미 벽체 한 켜를 쌓는데 이틀 정도가 소요됐다. 혼자의 힘으로 집은 짓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고, 탈진 상태까지 초래했다.

하지만 황토를 만지는 일은 힘이든 만큼, 다음날이면 새로운 힘이 생겨났다고 한다. 또 건축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에 들러 건축 상황을 체크하고 집 짓는 일을 한 시간여 구경하다가 돌아가는 이웃집 노인이 있었다.

때론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혼자 집을 짓는 일, 때로는 손이 모자라 머리와 다리까지 사용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 눈앞에 놓인다. 너울은 뜻 맞는 사람 두 명만 모이면 수월히 집을 지을 수 있다고.
24개의 서까래를 묶는 하나의 기둥
대지의 표고 차가 있어서 후면은 140센티미터를 파내고 전면은 30센티미터를 돋워 수평을 맞췄다. 높이 120센티미터로 콘크리트 기초공사를 하고 벽체 공사를 시작했다. 너울은 벽체와 지붕 서까래의 맞물림 처리를 위해 고심했다.

도리는 둥근 벽 전체를 24등분 해 2″× 8″ 목재 널을 깔고 그 위에 서까래를 얹어 지붕 하중을 벽체에 골고루 분산시킬 수 있었다.

구조목이 6미터가 넘는 것을 구할 수 없어 이중으로 겹침처리하여 트러스를 제작했다. 서까래와 도리를 물려주는 철물로 고정시킨 후, 서까래와 지붕 사이의 틈도 벽체를 쌓는 방법으로 흙벽돌과 통나무로 메움 작업을 했다. 주택 중앙부의 기둥은 모르타르로 고정 후, 거실 바닥 처리시 약 15센티미터를 묻히게 했다.

지붕 서까래 24개를 하나의 기둥으로 받아들이게 해 하중을 지지했다. 지붕 마감은 O.S.B.합판과 단열재, 방수시트와 아스팔트 슁글을 사용했다. 전원주택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벽난로는 주문 제작을 했다. 겨울이면 군고구마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이들이 여럿이다.

본채 ‘견우’가 완성되고, 2000년 12월 드디어 허물어져 가는 농가주택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입주했다. 그 이듬해, 구들시공으로 완성한 별채 ‘직녀’를 완성하는 데 7개월이 걸렸다. 조경을 꾸미고 마무리를 하고 꼬박 2년 동안 집짓기 작업은 이어졌다.

직녀방은 전원생활에 필요한 아궁이를 갖는 구조로 그을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별도로 굴뚝을 설치했다. 실내 면적은 본채 23.7평, 별채 8.56평을 포함해 총 32.34평이다. 덱(Deck)면적 5.48평과 별도로 2.6평의 보일러실을 설치했다.

흙의 앙금을 이용한 고운 벽 만들기
일반주택과 흙집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기정화 능력이다. 황토는 숨을 쉬기 때문에 항상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단열과 통풍도 뛰어나다. 하지만 흙집은 손에 흙을 달고 살아야 할 만큼 흙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지을 수 있다. 건조 과정에서 크랙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너울은 고운 내벽을 얻기 위해 흙의 앙금을 이용했다. 점토성이 많은 흙을 잘 풀어 흙탕물을 만들고 가라앉힌 흙은 밀가루처럼 곱다. 소량의 백시멘트(5% 정도)를 풀어 잘 섞은 뒤 붓칠(수성페인트용 넓은 붓)을 하면 아름다운 황토벽을 얻을 수 있다.

백시멘트를 넣는 것은 흙벽의 강도를 높일 수 있고, 건조 과정에서의 작은 크랙마저도 없애준다. 타일공, 심야전기업체를 제외한 모든 집짓기를 직접 완성했기에 건축비용은 총 4813만1800원이 들었다.

집이 완성되자,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데레사의 고교동창이자, 절친한 친구인 이혜경 씨에게 전화를 했다. 이것을 인연으로 두 사람은 현재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 두 사람의 힘을 모아 완성한 귀틀집에서는 노모가 생활한다.

너울은 다시 학교에 복직해 전교 학생 수 58명인 아담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 학년이래야 9∼10명 정도여서 더 넓은 사랑으로 아이들을 품에 안을 수 있는 꿈속에 그려오던 그런 학교다. 그는 한복과 고무신을 신고 학교에 출근한다.

영월, 단양, 충주가 30∼40분 거리이고, 인근에는 월악산, 금수산, 청풍호가 있어 낚시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박새, 소쩍새, 뻐꾸기가 아침잠을 깨우는 아름다운 집.

겨울에 털신이 제일 편하고 좋다는 이들은 분명 전원에서의 삶이 어색하지 않다. 끝으로 너울은 흙을 비빌 때는 가급적 오랫동안 비벼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집짓기 좋은 차진 흙으로 완성된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田

■ 글·사진 김혜영 기자

■ 견우&직녀 공사비 지출 내역
[총 건축 면적 40.55평 기준]
공구 및 장비,구입
·수리 및 부자재 7,008,400 - 1톤화물, 포크레인 구입비 포함
·토목공사 150,000 - 15톤 화물 임차료
·기초공사 3,089,800 - 철근,레미콘,펌프카
·벽체공사 3,329,800 - 낙엽송,소나무,백시멘트 구입비
·지붕공사 5,891,100 - 육각 그림자 슁글 70평 소요
·창호 & 문제작 5,860,000 - 3중 유리 2중창, 원목 door
·단열공사 760,000 - 슈퍼 온도리 4단 구입비
·배관공사 1,571,800 - 상,하,정화조,난방
·보일러공사 5,700,000 - 보일러실 제작비 포함
·벽난로 제작 544,300 - 후드 제작료, 벽돌 구입비
·인건비 820,000 - 기초, 지붕공사 잡부사용
·전기, 조명공사 3,300,000 - 심야, 내선, 조명등 외주
·바닥마감, 타일공사 4,013,500 - 타일공사 외주 씽크, 세면, 샤워수전
·씽크, 붙박이장 5,003,900 - 제작외주
·운임 618,700
·조경공사 372,000 - 묘목구입
·잡비 98,500 - 택배료, 송금수수료, 고속도로비 등
·총경비 48,131,800
- 평당 1,186,000원
※ 1ton화물, 포크레인 구입경비와 씽크대, 붙박이장 제작 제외시
평당 940,000원 소요

■ 건축정보
·주 소 : 충청북도 제천시 금성면 진리
·건축구조 : 목구조 황토벽돌집
·대지면적 : 500 평
·건축면적 : 32.26평(본채 23.7평, 별채 8.56평)
·실내구조 : 본채- 방1, 거실1, 주방, 고방, 화장실
별채- 방1, 화장실, 공구실
·외벽마감 : 황토 모르타르
·내벽마감 : 황토 모르타르
·천정마감 : 한지
·지붕마감 : 아스팔트슁글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 설계·시공 : 직영 (043-644-5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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