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을 보면 누구나 집을 지을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글로 집짓는 노하우를 다 터득할 수는 없다. 집을 짓는 데는 정교한 기술과 경험이 축적된 노하우가 어마어마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년간 준비해 지은 집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는 터라 건축주는 믿을만한 시공사를 찾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경남 창원에 새로운 터를 마련한 박수천(60)·정영숙(58) 부부가 “집은 신뢰로 쌓는다”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디자인 이정미

건축주가 생각하는 집의 이상형을 현실화하는 게 건축사와 시공사의 몫이다. 이때 필요한 게 건축주와 건축사, 시공사가 간의 공감(共感)이다. 건축주는 당연히 원하는 집을 짓고 싶어 한다. 따라서 자신과 잘 맞는 건축사와 시공사를 찾는 일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수많은 업체 가운데 옥석을 가려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엔 목조주택을 지으려고 했어요. 당시 목조주택 전문 건축업체와 의논하는데 설계 과정에서 계속 옵션을 추가하고 비용을 늘리는 거예요. 그러니 신뢰가 가지 않더군요. 결국 계약을 앞두고 다른 업체를 찾았죠.”
설계와 시공은 일괄 발주와 분리 발주하는 방법이 있다. 장단점이 있으니 둘 다 알아보고 하는 게 좋다. 무엇을 선택하든 설계에서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건 같다. 설계에서 공간 구성과 세부적인 인테리어 요소까지 정하면서 최종적으로 소요되는 건축비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시공 과정에서 건축주의 요구와 날씨 등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건축주가 조심할건 구체적인 설계에 들어가기 전에 평당 저렴한 비용으로 건축이 가능하다며 유혹하는 업체다. 이런 업체는 대부분 설계하는 과정에서 옵션을 추가해 비용을 높이거나, 공사 과정에서 여러 이유를 들며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 시공사를 선정하는 데 좋은 방법은 업체 말만 따르지 않고, 해당 시공사가 지은 집을 찾아가 집 주인과 직접 얘기해보고 장단점을 파악해보는 것이다.
“건축박람회에서 카탈로그를 보고 게르마늄황토집에 연락했죠. 그리고 그들이 시공했다는 건축주 몇몇을 찾아가 어떤 시공사인지 들어봤어요. 그런 다음 게르마늄황토집에 의뢰하기로 결정 했죠.”



띠살창무늬 창문은 한옥의 느낌을 살려주면서 실내에 은은한 빛이 퍼지도록 한다.

게르마늄과 황토의 만남
친환경 소재인 황토가 인체에 유익하다는 건 많이 알려졌다. 그럼에도 단조로운 색과 집 안에 흙이 날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황토집을 선택하는데 고민하게 한다. 하지만 건축주는 “집이란 휴식과 건강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황토집을 짓기로 결정했다.
“나이가 들면 건강이 우선이잖아요. 몸에 유익하다는 점 때문에 결정했어요. 물론 황토집에 대한 불편한 점이 걱정이었지만, 게르마늄황토에 의뢰한 집 주인들을 만나보고 걱정이 사라졌어요.”
조적식 공법에 사용한 황토벽돌은 실내와 실외 마감에 동일하게 사용했다. 이 벽돌은 게르마늄황토집에서 황토와 게르마늄을 혼합해 만들었다. 게르마늄 성분이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면서 황토가 날리지 않으니, 몸에 유익하면서 깔끔한 게 이 벽돌의 장점이다.


2층은 운동과 조망, 휴식을 취하는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한다.

외형은 시원스레 낸 넓은 창과 입체적인 디자인으로 단색에 의한 단조로움을 피했다. 집 정면 좌측엔 취미 공간인 온실을 마련했다. 황토집하면 빼놓을 수 없는 찜질방을 데우는 아궁이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그 옆으로 작은 장독대를 두어 공간을 활용했다.
지붕은 벽체와 명도 차만 나는 황토색을 사용해 통일감을 이룬다. 멀리서도 황토집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정면의 넓은 뷰와 함께 눈에 띄는 건 보아지를 얹은 한옥 형태인 포치다. 포치는 한옥의 풍경을 담은 실내와 잇는 가교역할을 한다.
집 안에 들어서면 원목의 기둥과 오픈 천장에 노출된 서까래가 한옥 특유의 무게감을 준다. 공간감을 주는 오픈 천장과 트인 거실, 주방으로 공간은 더욱 확장된 느낌이다. 황토벽돌과 목재의 조합은 실내를 아늑하게 만든다. 이러한 아늑함은 한지벽지와 장판, 전통 띠살창무늬의 창을 낸 안방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황토는 낮은 색온도로 따뜻하게 보이게 하고, 창은 밝은 빛을 한 번 걸러내며 포근함을 채운다. 옷 칠한 한지 장판은 건축주가 접착 풀을 손수 만들어 사용해 정성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고가구의 조합으로 예스런 분위기까지 자아내니 힐링으로 이만한 공간이 따로 없다. 안방에 위치한 드레스룸과 화장실, 화장대는 한곳에 몰고 미닫이 중문으로 방과 차단한 구조다. 화장실을 둘러보니 독특한 형태의 원적외선등이 눈에 들어온다. 등은 불을 밝히는 용도 외에 겨울철 난방과 장마 때 습기를 제거하는 기능성을 갖췄다. 이 때문에 화장실은 쾌적한 공간이 됐다. 오픈 천장과 연결된 2층 홀은 자녀나 손님이 잠시 머물 수 있게 꾸미고, 브리지로 연결된 2층 방은 서재 겸 사무 공간으로 계획했다.

사회라는 울타리에 얽매여 사는 현대인에게 힐링을 위한 여행은 일 년에 몇 번 되지 않는다. 건축주 역시 피로가 습관이 된 삶을 살아왔고, 간간히 그 습관에서 벗어난 여행을 찾았었다. 하지만 그에게 필요한 건 휴식과 힐링이 생활 그 자체가 되는 삶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완성한 게 바로 이 집이다. 한옥의 멋과 편안함에 기능을 더한 이 집은 그에게 쉼과 치유의 삶을 선사했다. 그 다음에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는 천천히 둘러보며 생각해도 될 것이다. 급하게 서둘지 않으려고, 느긋하고 충만하게 성찰하고 생활하려고 선택한 삶이니까.田


황토벽돌을 이용해 견고해 보이는 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