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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까페] 서운산의 푸르름에 안긴 안성, ''''여우가 말했다''''
2005년 7월 24일 (일) 23:38:00 |   지면 발행 ( 2005년 7월호 - 전체 보기 )



서운산의 푸르름에 안긴

안성, ‘여우가 말했다’

경기도 안성시 서운산 입구에 노란 지붕의 야트막한 집이 자리잡고 있다. 바깥벽에는 단박에 어린왕자임을 알 수 있는 그림이 작은 별과 함께 그려져 있고, ‘여우가 말했다’라고 쓰여진 노란색 표지판이 눈에 띈다. 화가인 이경희 씨가 예전에 작업실 겸 카페로 꾸민 공간인데, 이곳 단골이던 류중용·박욱희 부부가 3년 전에 인수해 운영해 오고 있다. 당시 화가는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왕자》에 푹 빠져 동화 속의 주인공을 카페 곳곳에 그리고는 이름을 ‘여우가 말했다’로 정했다. 부부는 기존의 카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소소하게나마 작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네 시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하겠지. 그리고 아마 네 시가 다 되었을 때 난 흥분해서 가만히 있지 못할 거야. 아마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어린왕자에게 길들여지고 싶은 여우가 한 말이다. 이곳에서는 《어린왕자》 속에 나오는 짧은 글들을 실내 곳곳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자연 속에서의 기다림은 즐거운 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산의 맑고 푸른 자연에 푹 길들여진 류중용(62세)·박욱희(56세) 부부. 인근의 평택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우연찮게 전원카페 ‘여우가 말했다’에 들렀다가 당시 주인이던 화가 이경희 씨와 친분을 쌓았다. 박욱희 씨는 서울에서 오랫동안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그림을 그렸기에 서로 잘 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경희 씨에게서 더 이상 카페를 운영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을 듣고는 자연스럽게 인수했다. 부부는 ‘단골손님이 주인이 되다니… 꿈에도 상상치 못한 일’이라며 입을 모은다.

카페가 서운산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덕에 등산객의 발길도 잦은 편이다. 처음에는 손님들에게 음식이나 차를 내주는 일이 서툴러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이제는 나름대로 손님 대하는 방법을 터득한 데다 손님들이 자연에 안겨 행복해 하는 부부의 마음을 느꼈는지 단골이 꽤 늘었다.

“지방에서 일곱 종의 야생화와 장식장 등을 갖다 준 손님이 있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황토로 마감한 실내 벽난로도 손님이 직접 발라 줬고, 실내 곳곳을 장식한 불당화도 이웃에서 직접 따다 준 거예요.”

단골뿐만 아니라 주변에 사는 이웃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박욱희 씨. 흰색 꽃 여러 개가 공처럼 둥글게 모여 있어서 마치 부처님 머리처럼 보인다 하여 이름 붙여진 불당화 말고도 카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인 산채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 구입에도 이웃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물론 손수 나물을 캐기도 하지만 현지에서 구입하면 우선 질 좋은 먹거리를 믿고 살 수 있어서 좋다고.

오랜 시간을 담은 소박한 공간

카페 한가운데는 황토로 마감한 벽난로가 떡 하니 버티고 있고, 실내 천장은 옛 가옥에서 가져 온 서까래를 그대로 사용해 고풍스럽다. 또한 노출된 서까래에 매달린 등을 잇고 고정시키는 전선과 애자의 투박함에서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

“실내는 고가를 철거할 때 나온 목재를 사용해 꾸몄는데 너무 오래 된 것이라 일부는 교체가 필요하지요. 기존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하나하나씩 바꿔 나갈 계획이에요. 창틀과 대들보도 찬찬히 보세요. 모양이 다 다른데 고가에서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이죠.”

부인과 함께 카페를 찾은 손님에게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서비스를 하는 류중용 씨의 말이다.

시골집 다락방의 정겨움이 느껴지는 2층에는 박욱희 씨가 좋아하는 장욱진·이응로 화백의 작품을 전시해 놓았다. 테이블과 벽면에 그려 놓은 노란색 해바라기도 인상적이다. 또한 유리공예에 사용하는 다양한 색상의 유리 소재를 창틀과 벽의 모서리에 손으로 박아 포인트를 주었다. 각 층의 창틀과 주방 입구에는 장미와 꽈리 등을 말려 하나씩 매달아 놓은 모습에서 주인의 정성이 엿보인다.

주변의 작은 것을 사랑하는 마음

카페를 운영하면서 전원생활을 하게 된 박욱희 씨는 ‘이제 누가 서울에서 생활하라고 한다면 못할 것’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이곳의 어떤 점에 그토록 매료된 것일까?

“여기에서는 늘 신선한 공기와 초록잎을 질리도록 보지만 어쩌다 일이 있어 서울에 가면 먼저 목부터 콱콱 막혀 오더라고요. 요즘 참살이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 공통되는 게 세 가지 있어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인간 관계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생각을 긍정적으로 한다는 것이죠. 이 세 가지면 굳이 참살이에 따른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우리 부부는 실제로 그러한 삶을 실천하고 있고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비로소 사계절을 제대로 느끼게 됐다는 박욱희 씨는 하찮은 풀 한 포기도 소중히 여기는 넉넉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카페를 운영하느라 좀처럼 짬이 나지 않아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그렇지만 해가 넘어갈 즈음 서운산 등산로에서 바라보는 ‘여우가 말했다’ 풍경은 동화책 속의 헨젤과 그레텔이 찾은 과자로 만든 집을 연상케 해 이곳을 떠나지 못하게 한단다. 田

글·사진 조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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